많이 걸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잠에서 깼다. 최대한 다른 분들께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조심 스레 나갈 준비를 하고 얼른 짐을 챙겨 2일차 걷기를 시작했다. 어제 하루 걸었다고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고 조심 스레 쉬엄 쉬엄 먹어가며 쉬어가며 나름대로의 시간을 잘 조절하여 어제와 비슷한 25.4 키로를 걸었다.
아침은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한 수제 햄버거 집에서 맥주와 함께 아침을 하고(아침에 맥주를 먹을 생각은 없었는데 음료를 좋아하지 않다보니 버거에 물을 먹는 것 보단 맥주가 낳을듯 해서 이상한 선택을 한 번 하게 되었다.)
점심은 허름한 중국집에서 전화기 충전 할겸, 볶음밥으로 점심을 때우고는 간간히 내리는 비를 피해서 정류장에 앉아서 서다 가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숙소는 1키로 밖에 남지 않았다.
이름도 특별한 게스트 하우스- 개밥 바라기별- 서쪽 바닷가 근처에 자리잡은 숙소는 반려견이 있으면 더 어울릴법 했지만 혼자 걷기도 바쁜 나에게는 사치였고 어제의 실수를 다시 하지 않기 위해서 숙소 주변에 먹을 곳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주변을 보니 어제와는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그래도 마녀상회라는 매점이 있는듯 했다. 안심을 하고는 걷는것에 집중을 할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해서 반전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체 말이다.
1키로를 남겨둔 어느 지점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중간 중간 이슬비 처럼 내리기도 했지만 이번엔 제법 많이 내린다. 우산을 꺼낼까? 우비를 입을까? 이제 고작 얼마 안 남았는데? 그런데 고민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신발이었다. 신발이 젖게 되는게 가장 낭패를 볼수 있으니 우산이든 우비든 어떤것이든 꺼내서 최대한 신발을 보호해야 했다. 물론 우산이든 우비든 신발을 보호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까 여기서 나의 생각은 최대한 빨리 숙소에 도착 하는 것이었다.
마음이 급해 서였을까? 갑자기 네비도 말을 듣지 않는다. 차라면 잘 찾아 돌면 되지만 걸어서 가다보니 한번 길을 잘못 잡으면 여러 갈래로 아니 틀린데로 계속 걸어야 했다. 그러다가 숙소처럼 보이는 곳이 있어 얼른 들어갔더니..
아니다. 여기가 아니다. 비를 피해 다시 네비를 보니 여기가 아니었다. 다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이 비를 뚫고 600여미터를 가야 했다. 맑은 날씨거나 평상시 600미터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런 우천시에는 그리고 몸은 이미 쳐질 때로 쳐진 상황에서는 이런 거리도 굉장히 멀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주체할 수가 없었다. 방향을 잘잡고 얼른 다시 숙소로 향했다.
네비가 멈춘 순간 나의 발걸음도 멈췄는데 어느 가정집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이건가? 여기가 맞는건가?'
이름도 없고 집한채 딸랑 떨어져 있으니 이게 게스트 하루스라고 보긴 좀....
한 바퀴를 돌고나니 이름이 써있다. 그래 드디어 도착했다. 나의 이틀째 일정이 이렇게 마무리 되는 순간이었다.
집 주인과 인사를 하고 방을 배정 받았다. 어제 보단 일찍 들어와서인지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고 호스트 분들도 부부가 운영을 하시는 듯했다. 주의 사항을 안내받고 방 배정을 받은후 이 게스트 하우스는 몇시까지 활동이 가능 한 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예상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24시간 편하신데로 사용 하시면 되요."
"네 그게 가능한 건가요?"
"네 원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오늘은 선생님 한 분 밖에 안 계셔서 혼자 다 쓰시면 됩니다.
뒷처리와 설거지만 깨끗하게 부탁 드릴께요.."
제주도 걷기 여행 이틀만에 만난 숙소에선 예약자가 나 혼자 뿐이었다.
여성용 객실 4인용 2개, 남성용 객실 4인용 2개, 16명이 이용 가능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난 혼자 독채 아닌 독채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