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 아침이 밝았다. 어제까진 날씨가 오락 가락.역시 제주도 다운 날씨였다. 날짜를(09.01~09.10) 이렇게 잡은 것도 어떻해든 비를 피해보고 싶은 마음 이었는데 매일 같이 비를 만나니 생각보다 제주도 도보 여행은 쉽지 않다는 생각이 계속 들고 있었다. 그래도 시간은 간다고 했던가. 어제 저녁 1키로를 앞두고 나의 앞길을 막던 비..그리고 자느라 몰랐지만 밤새 엄청나게 많은 비가 쏟아 진듯 했다.( 첫날 택시를 타고 귀가하게 만든날 처럼)
하지만 제주도 3일 만에 보튼 가장 멋진 하늘 이었다. 색깔도 파랗고 구름도 멋지고.. 그렇게 3일날 아침도 호기롭게 출발을 하여 어제 이리저리 헤메며 다닌 밭길을 지나고 보기 넓은 도로 길이 나왔다. 항상 지도를 보고 있지만 오늘 중문까지의 길을 확인 해보니 두가지의 길이 나오는 것이었다.
하나는 해안 가를 따라 가는 돌아가는길.. 다른 하나는 약간 안쪽으로 들어가지만 2시간 여를 절약할수 있는길..원래의 목표는 해안가를 따라 돌아서 가는 것이었는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조금 절약할수 있는 길을 나도 모르게 선택을 하게 되었다. 나중에 이 선택이 커다란 시련이 될지를 모른체 말이다.
해안길을 선택해야 했다. 잘못된 선택이 이렇게 여러가지 화를 부를줄 난 생각지도 못한체 계속 걸었다.
중간중간 사진도 찍으며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참 사진 찍는거 안좋아하는데 제주도긴 제주도인가 보다. 별거 아닌것도 찍어가며 하늘도 찍고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도 찍어가며 그렇게 걷기를 2시간쯤 했을 무렵..
밭길이 계속 되는 것이었다.
'이게 맞는 건가? 이길이 맞나? 길이 나오긴 하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주변의 길이 참 이상하다. 그러게 조금 절약 한다고 내륙 쪽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었다. 해안가라면 멀더라도 바다를 보며 걷는 나름대로의 낭만이 있었을텐데.. 이건 길인지 아닌지 모를 길을 걷고 있으니 오히려 더 걷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비가 오긴 엄청 만이 온듯 했다. 길에 물이 너무 많이 차 있어서 길로는 못가는 길이 계속되었다. 그럴때면 밭두렁 길을 이용해서 넘어가고 넘어가고를 반복 하고 있었는데 ..
'아이고 이런 젠장'
이번길은 아예 밭두렁 길이 무너져서 밭 두렁마저 걸을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이야~~ 참 미치겠네.. 이 길은 도저히 신발을 싣고는 걸을수가 없겠는데?'
밭두렁이라도 남아 있으면 사잇길로 걸을만 했다.
얼마나 비가 많이 왔는지 대충 짐작을 할수 있을 정도로 비가 엄청 내렸나보다. 그냥을 걸을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정말 이 상태로는 앞으로는 갈수가 없었다.
고민의 고민을 했다.
'뒤로 돌아갈까? 지금까지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간다고? 어딘지도 모르면서?'
밭두렁 조차 무너진 길을 보고 난 내 선택이 아주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참 난감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나혼자 다닌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끝에 결론을 내렸다.
'박세리가 되자. 양말 벗고 신발 들고 걷자. 뭐 몇미터 안되는 거리인데 신발 벗고 걷자. 양말 그냥 신고 저녁에 빨던지 상태 안좋으면 버리면 되니까 그리고 세거 하나사면 되지. 괜찮아 이런 변수 충분히 생각하고 있었잖아. 비 맞으면서 걷는거보다 낫지 뭐.'
그렇게 갑자기 나는 때아닌 박세리가 되어 97년의 박세리처럼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으며 밭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이틀을 걸었는데 50키로 가까이를 걸었으니 어느새 나의 다리는 발목밑과 위가 선명하게 티가 날정도로 마치 박세리의 다리처럼 확연히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