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글쓰기 - 1일차
1.
고양이는 곧 진리다.
퇴근길에 같은 팀 동료가 닷하우스 앞에서 길고양이가 있다고 제보했다. 고양이한테 항상 약한 우리 팀 막내는 물과 고양이 먹을만한 걸 챙긴다고 부산스럽게 왔다 갔다 정신없이 뛰어갔다 왔다. 특이하게 고양이는 사람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다가와서 부비부비 하였다.
2.
간단한 먹을거리를 먹으면서 다리로 와서 온몸을 비비고 마치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는 듯 머리까지 쓱쓱 문댄다.
그 모습에 오늘 피곤함이 날아가는듯하여 쪼그리고 앉아 열심히 머리를 만져주고 여기저기 긁어주고 턱도 만져줬다. 그러니까 나른한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마치 뭐랄까. 주인과 하인 같은 이런 느낌.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지만 왜 고양이 키우는 사람을 집사라 하는지 알겠더라.
3.
이놈의 고양이는 만져주지 않으면 오히려 화를 냈다.
귀찮아할까 봐 그만 만졌더니 쳐다보고 울어댄다. 그래서 다시 쓱쓱 쓰다듬어 주면서 긁적긁적해주니 다시 나른한 표정으로 누워서 애교를 부린다.
막내랑 동료는 퇴근시간이라 가버렸고 이 녀석을 우째야하나 고민하고 있다가 힘들어서 계단에 앉아서 재롱 구경하고자 하였다.
4.
내 무릎은 너의 집이 아니건만 어느덧 무릎에 올라와서 자꾸 품 안으로 파고든다.
그 모습이 귀여워 여기저기 또 쓰다듬어 주고 머리를 쓱쓱 해주니 나른한 표정으로 품 안에 들어왔다. 별 반응이 없길래 그만했더니 갑자기 손을 사알짝 깨물더니 `네가 감히 내 머리를 그만 만져? 더 쓱쓱 해`라고 말하는듯한 눈빛으로 나를 재촉했다.
이거 집에 갈 수 있을까.
5.
힘들어서 내려놓으려고 하면 발버둥을 치고 내려놨더니 다시 올라오려고 안간힘을 쓴다.
마침 털옷이라 그런가 고양이 털이 잔뜩 묻어있고 한숨과 함께 일어나 털을 (가능한) 털어내고 다시 계단에 앉았더니 이 녀석이 이제 등에 올라오려고 난리였다. 아마 캣타워랑 착각한 게 아닐까.
6.
다시 무릎으로 와서 그루밍을 시작한다.
으허헉 심쿵... 동영상 찍으려면 자꾸 발톱을 세워대서 안 찍고 있었는데.. 이건 놓칠 수가 없었다.
7.
배고파하는 거 같아 식량을 찾으러 간 사이 (문을 열심히 긁어대더니만..) 사라졌다.
정말 집으로 데려가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쉽기도 하고 고양이가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되고 그랬다.
웃긴 건 집으로 가면서 마트에 들려서 고양이 캔을 사고 있었다.
다시 만나면 이거라도 줘야지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