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YM Coffee Project는 구파발 지점인 YM Espresso Room과 연신내 지점인 YM Coffee House로 구성된다. 두 브랜드는 같은 히스토리를 공유하면서도 서로 다른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Espresso Room은 유럽 성당에 앉아있는 듯한 편안함을, Coffee House는 섬세한 커피 큐레이션을 브랜드의 주요 가치로 삼는다. 두 공간을 직접 경험해 본 결과 Espresso Room은 시각과 공간에, Coffee House는 서비스에 중점을 두면서 각자의 철학을 구현하는 듯했다. '루트'는 두 편에 걸쳐 YM Coffee Project라는 토양에 다른 모습으로 뿌리내린 두 브랜드를 분석하고자 한다.
브랜드 히스토리
YM Coffee Project는 직관적인 브랜드 네임에서 알 수 있듯 작지만 원대했던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평소 유럽 스페셜티 커피에 관심이 많았던 YM의 조용민 대표는 유럽인과 한국인의 커피 선호도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자 했다. 고민 끝에 선택한 행선지는 런던. 그는 총 세 곳의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바리스타들에게 자신의 커피를 선보일 수 있었고, 런던 거리에서 50명 남짓한 사람들에게 직접 커피를 내려주었다. 뜻밖의 무료 커피를 선물 받은 시민들은 그가 한국에서부터 준비해 온 설문지에 신중히 답해주면서 동양에서 온 청년의 당찬 프로젝트를 응원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인사동에서 같은 방식의 '커피 버스킹'을 한 차례 더 진행한 뒤 설문지에 빼곡히 기록된 두 나라의 커피 취향을 비교 분석했다.
설문 조사에서 도출된 결론은 명확했다.
유럽(정확히 말하면 런던) 사람들은 단맛(감미)에 민감하고, 한국 사람들은 신맛(산미)에 민감하다.
표본 집단이 한정적이긴 했지만, 충분히 유의미한 결과라고 해석한 조용민 대표는 서로 다른 취향을 결합시키기 위해 고민했다. 그는 산미를 강조하는 유럽 커피에 매력을 느꼈지만 커피를 업으로 삼으려는 사람이 '좋아하는 커피'를 곧 '좋은 커피'라 말하며 판매할 수는 없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커피란 제공받은 사람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맛의 균형감을 갖춘 커피였다. 유럽 커피를 소개하면서도 산미에 민감한 한국인들의 입맛을 고려해야 했다. 그는 단 맛을 강화하는 쪽으로 커피의 밸런스를 맞췄다. 부지런히 움직인 결과, 스스로 답을 찾아낸 그는 마침내 본인의 이름을 건 카페를 연다. 서울시 은평구 대조동. 여섯 평 남짓한 공간에서 시작된 그의 카페는 9년이 지난 지금 두 개의 매장과 하나의 로스팅 팩토리를 운영하는 YM Coffee Project로 성장했다.
YM Espresso Room
공간
유럽식 커피를 지향했던 조용민 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유럽에서의 기억을 카페 전체에 녹여냈다. 그는 유럽 여행 중 지치고 힘들 때마다 조건 없이 안식처가 되어주었던 성당을 YM Espresso Room의 인테리어 모티프로 삼았다. 커피 하나만 보고 타지로 향했던 이방인이 잠시나마 짐을 내려놓고 쉴 수 있었던 그때처럼, 일상에 지친 방문객들이 자신의 기억과 닮은 위안을 얻길 바랐다.
카페가 위치한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모금함과 봉헌대가 눈에 들어온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복도에서부터 카페의 캐릭터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카페 내부로 안내하는 짙은 갈색의 두 번째 문과 그에 달린 타원형 문고리에도 만든 이의 섬세함이 묻어 있다. 내부는 실제 성당에 들어온 듯 차분하고 아늑하다. 은은한 주백색 조명은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아기자기하면서도 정갈하게 진열된 책과 소품들이 공간을 훑던 시선을 붙잡는다.
주문을 마친 후 실제 성당에서 봐왔던 기다란 원목 의자에 앉아 숨을 돌리면 하루를 이겨낸 지친 마음이 가라앉는다. 카페 중앙에 놓인 갈색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차분한 음악은 함께 방문한 이들의 대화에 조응하거나 홀로 방문한 이들의 사색을 돕는다. 음악 감상을 위해 별도로 조성된 공간이 특히나 인상적인데, 선곡된 음악들은 공간이 조성하는 무드에 자연스레 스며든다.
카페의 왼쪽 편 자리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면 무게감이 느껴지는 은빛 커피 머신이 눈에 들어온다. 실제 성당이었다면 제단과 예수상이 위치했을 자리에 놓여 있어 마치 커피를 숭배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는 커피 머신 뒤에서 경건한 자태를 뽐내며 카페 곳곳을 아우른다.
잠시 후 주문한 커피가 나온다. 성당 의자에 앉아 마시는 커피는 어느 카페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함을 선사한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해 질 녘 방문한 탓에, 자체 제작된 목재 창틀에 의해 펼쳐지는 그림자를 눈에 담지 못했다는 점이다. 낮 시간에 방문하여 태양빛과 창틀의 패턴이 만들어내는 멋들어진 조화를 본다면, 그 또한 색다른 경험이 될 듯하다.
YM Espresso Room은 다양한 요소로 방문객들의 오감을 자극하며 다른 카페와는 다른 모양의 위안을 준다. 조용민 대표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산미를 기분 좋은 감미로 조절한 것처럼, 자칫 엄숙할 수 있는 성당이라는 캐릭터를 편안함이라는 프레임 안으로 유려하게 옮겨 담았다.
디자인
‘관계 맺기’는 로컬 브랜드의 핵심이다. 트렌드를 쫓아 1-2년 내로 브랜드 컨셉을 변경하는 매장은 쉽게 외면당한다. 다른 공간이 대체할 수 없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소비자와 매장을 연결 짓는 데 주력해야 한다. 소비자와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브랜드 굿즈’는 유의미하게 작용한다. 소비자가 브랜드 지향점에 공감했을 때 브랜드는 굿즈를 활용하여 소비자와 관계를 지속 및 확장할 수 있다. 즉 브랜드 굿즈의 목적은 단순 판매가 아닌 소비자에 어필하는 브랜드 간접 홍보인 셈이다.
소규모 브랜드인 YM Espresso Room은 아파트 상권에 위치해 커피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굿즈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개발 및 활용한다는 점에서 굿즈 디자인과 브랜드 관계성 분석 대상으로 적합했다. 굿즈 디자인은 브랜드 디자인을 토대로 제작된다. 브랜드 디자인을 기획하기에 앞서 범용성과 적용성의 범위를 파악하면 소비자에게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시각적으로 제공하는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스몰 브랜드가 체계적인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기란 쉽지 않다. 혹은 기업보다 로고의 가치가 크지 않기에 고유한 이미지를 만드는 편이 쉽고 다양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용이하다. 위 기준을 토대로 YM Espresso Room의 굿즈가 브랜드의 일관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효과적이었는지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로고
성당에서 보았던 시각적 표현기법을 브랜드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녹여낸 점에 주목했다. 로고는 브랜드 인식을 위한 확실한 시각적 수단이다. 분산된 브랜드 워드를 하나의 시각 요소에 함축하고 오감으로 발산할 수 있다. YM 로고에는 브랜드의 주요 캐릭터인 성당과 커피를 상징하는 의미가 다양하게 심어져 있다. 먼저 열린 문의 형상을 시각화해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는 공간임을 표현했다고 한다. 이에 더해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붕부터 입체적으로 떨어지는 성당 건물의 옆모습을 띄고 있기도 하다.
화이트 톤에 시선을 고정하면 세모 끝에서 좁게 떨어지는 면의 조합이 마치 미사주를 떠올리게 하고, 동시에 드립 커피를 만들 때 사용하는 드리퍼처럼 보이기도 한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여러 대상을 동시에 담아내 의미적으로 훌륭한 로고라는 생각이 든다. 라운드 값 없이 직선 구조로 뻗는 로고의 구조가 복잡하지 않고 미니멀한 매력을 지닌다. 시그니처 컬러는 강한 채도의 오렌지. 원색을 섞어 조합한 오렌지 컬러는 추상적으로 쾌활함, 밝음, 따스함을 전하며 석양을 볼 때와 같은 감정을 일으킨다. YM은 로고를 통해 친근하고 긍정적인 무드를 선사한다.
다만 로고의 조형성이 아쉽다. ‘YM’ 기호를 그래픽으로 표현하고자 한 의도가 보이지만, 어색하게 놓인 오른쪽 끝 라인이 직관성을 떨어트린다. 만일 ‘YM’의 가시성을 강조하고 싶었다면 ‘Y’와 ‘M’ 사이 동일한 굵기의 라인 하나를 추가하거나 정사각형 형태의 로고를 활용해 시각적 균형을 가져갈 수 있지 않았을까. 불균형을 의도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불균형’ 혹은 ‘불안정’이라는 키워드가 YM 브랜드 디자인에 그리 적합해 보이지는 않는다.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고 로고를 제작했을지, 브랜드 디자이너의 의도가 궁금했다.
아트북
대체로 소규모 브랜드에서 출간하는 단행본은 브랜드 규정을 단편적으로 적어내는 ‘브랜드/회사 소개서’로 시작하지만, YM은 아트북이라는 이름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소개한다. 내지에는 브랜드의 역사를 포토 에디토리얼 방식으로 담아냈고 금박, 오리꼬미 등 각종 후가공으로 종이에 재미를 더했다. 마지막에는 커피에 관한 사랑의 경험을 소비자가 직접 적을 수 있게 구성하여 아트북의 제목 <TRUE LOVE FOR COFFEE>의 의미를 살린다. 게다가 지난 12월에는 아트북 출간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경험을 나누고자 아트북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아트북은 읽는 기능을 넘어 감성적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브랜드의 와우 포인트로 활용된다. YM은 브랜드 단행본을 쌍방향적 소통 매체로 활용하면서 ‘따뜻하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는 브랜드 철학을 색다르게 전하고 있다.
원두 패키지
10g 드립백은 개별 포장되어 가정에서도 별도의 핸드 드립 준비물 없이 브랜드의 원두를 즐길 수 있도록 패키징 되어있다. 200g 원두백은 M방 비닐 패키지로 제작되어 최초 개봉 이후에도 용이하게 보관하도록 패킹 처리했다. 두 패키지 모두 디자인을 통해 YM에서 느꼈던 따스한 감성을 고스란히 전한다. 또한 모든 패키지가 무광으로 제작되어 고급스러운 감성을 자극하는 것도 포인트이다. 메인 컬러인 ‘오렌지’를 활용하되 서브컬러 ‘블루’와 ‘그린’을 조화롭게 사용하면서, YM Espresso Room 인테리어에 적극 활용했던 유럽 성당이라는 컨셉을 일러스트로 확장했다. YM Espresso Room의 공간을 옮겨 담은 일러스트는 소비자가 가정에서도 브랜드만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도록 감성을 자극한다. 원두 백 패키지 디자인에는 정보를 우선적으로 전달하는 인포그래픽을 활용했지만, 브랜드의 철학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전략으로 보인다.
굿즈
기타 굿즈들은 특별히 차별화된 성능을 가지고 있지 않고 YM 또한 이들을 미디어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대신 로고와 메인 컬러를 활용한 포맷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다양하게 노출시키는 등, 브랜드 경험 전략의 일부로 굿즈 디자인을 활용한다. 로고플레이 위주로 전개되는 굿즈 디자인에서 이 같은 전략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Credit
잔잔 https://brunch.co.kr/@47ccab485f0f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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