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창의에 관하여...
아들아,
살면서 어떤 결과를 위해 열심히 도전하다가 보면 아이디어가 고갈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을 것이다. 때론 잠을 잘 자지 못하거나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여 두뇌 회전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자양분이 충분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흡사 밥을 먹어야 똥이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아빠의 경우 느낌으로 따지자면, 뇌를 짜내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이 마치 마른 수건을 다시 짜는 느낌이었다. 또는 먼길을 떠나야 하는데 허기져서 힘이 나지 않는 느낌과도 비슷했던 것 같다.
우리가 살면서 적절한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그 아이디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뇌에 만들어줘야 한다. 영양분이 가득한 토양에 씨앗을 심어 햇볕과 물을 주어 식물이 싹이 트듯이 건강한 두뇌에 충분한 양의 지식을 심어야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낼 수 있다. 부족한 시간으로 인해 계속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일만 하다가는 자양분의 부족으로 금방 고갈되고 마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이야기를 들어보았는지 모르겠구나.
'1만 시간의 법칙'은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안데르스 에릭손 교수가 1993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개념은 이후 경영사상가이자 작가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소개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는데,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면 나중에 시간을 내어 꼭 읽어보길 바란다.
아빠가 여기서 '1만 시간의 법칙'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어떠한 일이든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의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어떠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만 시간은 하루를 24시간으로 계산하였을 때는 약 13개월, 하루를 18시간 기준으로 계산하였을 때는 약 18개월 정도 되는 시간이다. 아빠가 너희를 키우면서 배운 것은 아이들이 언어를 시작하기까지 통상적으로 최소 16개월 정도 필요하다는 사실인데, 생각해보면 이 또한 1만 시간과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것 같더구나. 아이들은 태어나서 약 16개월 동안을 그저 듣기만 하면서 정보를 습득하고, 16개월이 지나서야 말을 조금씩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디어가 고갈되었다고 느끼면 시간을 조금 가지면서 다시 지식을 쌓는 활동을 해보길 바란다. 그것이 너희에게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는 또 다른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지식을 쌓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새로운 소식들은 뉴스, 잡지, 각종 소식지나 게시물, 동영상 등의 인터넷 서칭을 통해서 습득할 수 있는 반면, 어느 정도 깊이 있고 정제된 내용은 대부분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책의 경우 시각적으로 보조해 주는 부분이 동영상 등 다른 매체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편이라 스스로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주기에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되는 편이다. 사람은 대체로 동영상을 대체로 수동적으로 소비하는데 반해 도서는 능동적으로 소비한다. 따라서 평소 책을 곁에 두고 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을 것이다.
아빠는 어릴 적 할머니께서 책을 읽은 후에는 항상 독후감을 쓰라고 하신 후부터 책을 멀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따라서 너희에게 책을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만화책이라도 좋으니 책을 읽는 것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꼈으면 한다. 책을 읽는 자세도 몸에 배어야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그 자세가 편안하여 더욱 많은 독서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아빠는 뒤늦게 책이 좋아져서 책을 종종 보는데, 책을 읽는 자세가 항상 조금은 불편한 듯도 하다.
충분한 양의 지식 습득은 일반적인 아이디어를 넘어서 아주 창의적인 일에도 도움이 되는 듯 하니, 무엇인가를 생각해내고 싶은데 잘 안될 때는 여유를 가지고 두뇌에 영양 공급을 충분히 해보길 바란다.
너희들의 두뇌가 늘 활기찰 수 있기를 바라며...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