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운동
고등학교 시절 어머니는 나에게 항상 말씀하셨다. 너는 책을 많이 안 읽었으니 인문계가 아닌 이공계를 가야 한다고.
맞는 말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라는 말을 듣고 나서부터는 독서에 담을 쌓고 살았다고 한다. 나에게 있어서 독서는 글을 읽는 즐거움이 아니라 글을 읽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 부담감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유아기 시절 책을 읽어 달라고 매일 졸라댔던 나는 초등학교 때 위인전을 읽는 것을 끝으로 교과서 이외의 책 읽기와는 담을 많이 쌓고 살았던 것 같다. 또한 글을 읽고 정리를 해야 했던 습관은 독서에 있어서 일종의 강박 현상을 낳았고 이로 인해 내가 글을 읽는 속도는 또래에 비해 매우 느렸다. 정리라는 부담감에 한 문장 한 문장이 이해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이러한 현상의 반복으로 나는 책과는 멀어지는 듯했고, 글쓰기 또한 나에게는 소원한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30대 후반의 나는 국내 대표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한 작가가 되었으며, 많은 취업준비생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컨설팅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소설이나 희곡 등의 문학적 글쓰기의 경우는 다소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가 통상적으로 업무 현장에서 작성하게 되는 리포트나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의 경우 글의 구조화를 통해 논리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반전을 통해 극적인 효과를 주거나 미사여구를 통해 감동을 주는 글과는 달리 우리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 과정을 잘 마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사항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자기소개서를 쓰기가 어려운 것일까?
글을 쓰는 과정은 건물을 짓는 과정과 비슷하다. 건물을 지을 때 주거용인지 상업용인지 등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어떤 구조로 지을 것인지 설계한 후, 좋은 재료를 가져다 쓰는 것과 같이 글도 어떤 목적의 글을 쓸 것인지를 정하고, 글 전체에 대해 목차 등을 작성하여 구조화한 후, 그 안에 글의 내용을 채워 넣는 것이다.
사실 자기소개서는 나라는 사람을 회사가 고용하게 한다는 목적을 가진 글로서 그 목적성은 매우 뚜렷하며, 자기소개서에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들도 비교적 명확하여 전체적으로 글을 구조화하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려울 것이 없어 보인다. 또한 대부분의 대기업은 문항을 나누어 질문하는 형태로 글 전체의 구조화에 대한 입사 지원자의 부담을 많이 줄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소개서 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이렇게 잘 짜인 틀에 어떤 내용을 넣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즉, 채용 담당자가 확인해 보고 싶은 내용에 개인의 경험을 어떻게 매칭 시켜 어필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훈련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아래 그림과 같이 개인과 회사의 주요 사항들을 정리해 보는 것만으로도 자기소개서 쓰기의 큰 개선을 이루어 낼 수 있다.
앞으로 소개할 내용들은 공대생으로서 다져온 논리와 마케터로서 다져온 고객 감동 노하우를 잘 버무려 채용 담당자의 머리와 가슴에 박힐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자기소개서 작성 방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기에 앞서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회사의 상황과 요구 자질에 맞춘 개인의 경험을 녹여내기 위한 기초로서 개인의 경험 정리와 회사의 정보 조사에 꼭 필요한 항목들에 대해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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