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닝스푼즈 Angel, Seed, Pre-A 단계를 거치며.
투자 계약서에 도장은 다 찍었고, 이제 증자 증기 관련 서류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유치했고 기업가치는 어떤 식으로 판정했는지에 대한 회고를 남겨보고자 한다.
우선 그 전에, 개인적으로 투자를 받는다는 것 자체는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며 설레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번 라운드를 통해 훌륭하신 주주분들을 모셔오게 된 것은 기쁘고 좋지만, 투자금이 기업에 들어오는 것 자체는 기업가치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본다.
내가 아직 전통적인 금융섹터의 시각을 버리지 못해서 그런지, 스타트업들의 세계를 보다보면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이 제법 있다. 예를 들어, Pre-Value가 40억이고 투자금액이 10억이라면, Post-Value가 50억이 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기업의 가치는 결국 미래의 Cash-Flow에 할인율을 적용하여 현재로 가져와 정해지는 것인데, 이 10억을 가지고 미래의 Cash-Flow를 얼마나 가져오는지를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10년 이상의 재무제표를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 조차도 Earning shock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하물며 스타트업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투자자의 입장에서, 근거가 필요하니 러프하게나마 CF를 추정하거나 Pre-Value에 투자금액을 얻는 방식도 물론 이해가 된다.
기업의 진정한 가치는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요구수익률보다 더 높은 수익률로 미래 Cash-Flow를 만들어내야 하고 동시에 높은 투하자본수익률(ROIC)와 지속가능성이 달성되어야 가치가 창출된다고 생각한다.
100억 매출인데, 80억 90억을 마케팅 비용으로 쓴다면 그게 무슨 지속가능성이 있나 싶다. 그 방식이 먹히는 사업은 이 시장을 독점을 했을 때 어마어마한 수익이 보장된다거나, 특정 영역에서만 먹히는 전략인데 스타트업계를 보면 업종 관계없이 대부분 저런 방식만을 성장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기업가치에 대한 부분은 다음에 상세히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앞서 언급한 CF나 기타 여러 밸류에이션 방식들은 사실 부차적이라고 생각한다. 핵심은 1) 투자자가 대표이사와 팀원들에 대한 신뢰가 있고 2) 해당 스타트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시대의 흐름에 맞는다면 투자를 받을 수 있다. 거기에 실질적인 매출과 성장을 보여주고 있으면, 더욱 확실할 것이다.
러닝스푼즈는 시작하자마자, 강의가 2개 정도 있는 상황에서 Angel 투자 4억정도의 밸류로 4천만원을 받았다. 전 회사에서 내가 기획한 강의 수강생이자 성공한 창업자였고, 러닝스푼즈 강의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지금도 수강생들과의 네트워킹 자리에는 최대한 참석하려고 노력하지만, 사업 초기에는 훨씬 더 수강생들과 통화도 자주하고 커피도 먹곤 했다. 이 날도, 개강일에 수강생분이 안오시길래 전화를 드리면서 겸사겸사 인사를 드렸다. 다행히 절 기억하고 계셨고 식사 한 번 하자는 약속을 하였고, 며칠 뒤 식사를 하면서 바로 투자가 결정되었다.
흔히들 투자는 결혼을 할 상대라는 고르는 것과 같다고 하는데, 우리는 첫 만남에 너무 잘 맞았고 별다른 이슈없이 물 흐르듯이 모든 것이 진행되었다.
크라우드펀딩 회사인 크라우디 대표님에게 강의를 요청드리게 되었고, 이 인연으로 크라우드펀딩 또한 진행을 하게 되었다. 40억 밸류로 총 1억 1천만원을 조달하였고, 대부분 러닝스푼즈의 수강생, 강사 그리고 내 지인들이었다.
수강생과 강사님들은 누구보다도 우리를 잘 알았고 그렇기에 성장 가능성을 믿었다. 내 지인들 또한 나를 10년 이상 봐온 사람들이었고 증권사, 필리핀에서의 교육사업 그리고 러닝스푼즈까지 모든 과정을 옆에서 생생히 듣고 본 사람들이다. 흔쾌히 각자 5백만원에서 1천만원까지의 소액투자를 진행해주었다.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정직하게 그리고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새삼 중요하다고 느낀 라운드였다.
BEP를 맞춰가면서 무럭무럭 성장 중인 시기였다.
18년에는 몇 건 없었던 기업교육 요청이 19년 1월부터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했고, 제법 많은 기업교육 고객사들을 확보한 한 해였다. B2B는 외형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되지만, B2C에 비해선 마진이 좋은 편이라 BEP 달성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온라인 부문으로도 확장을 진행했고.
그리고 적극적으로 IR을 하진 않았지만, 주변에서 종종 소개가 들어오면 VC들을 만나고 다녔다.
아직 큰 규모의 자금이 급하게 필요한 상태는 아니었기에, 조금은 여유있는 마음가짐으로 투자자들을 만날 수 있었고 결국 사모의 방식으로 2억을 조달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도 결국 모든게 사람이었고 작은 인연들이 쌓이고 쌓여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지난 2년 동안의 투자유치 과정을 돌이켜봤는데, 이제 주주명부를 바라보면, 무게감이 생기는 동시에 자신감도 생긴다. 전략적/재무적인 도움을 주실 수 있는 주주분들을 많이 모셔왔고, 앞으로 러닝스푼즈를 성장시키는데 있어 든든한 지원군이 되실 예정이다.
성공은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다.
내가 잘하는 것은 성공의 당연한 전제조건이고 혼자만 잘한다고 해서 성공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의 성공은 주변의 수 많은 도움들로 달성된다. 그게 투자자일 수도 있고 같이 일을 하는 동료일 수도 있다.
그걸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