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콘밸리 타령 그만하고, 현실 감각 좀 가지자.
고등학생 시절, 새빨간 체게바라 평전을 보면서 혁명가의 삶에 대해 흠모했었다.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일들을, 각종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동시에 대중들도 이끌며 결국 성공으로 이끄는 바로 그런 삶.
창업을 하면서도 똑같은 마음 가짐을 지녀야 한다.
채용에 있어 스타트업 대표들의 흔한 착각들이 있다.
물론 '월드클래스 팀원'들로만 회사를 채우고 싶은 그 마음 이해는 한다.
그런데 한 번 반문해보자.
우리 회사가 월드클래스인가? 혹은 나의 경영 능력이 팀쿡 뺨치는 월클인가?
맞다고? 그럼 아마 이런 고민도 필요 없을 것이다.
이미 우리 버스에 타려고 월클급 직원들이 줄을 서있으니까.
그게 아닌데, 저린 직원들을 원하니까 거기서 괴리가 발생한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창업자인 나 조차도, 첫 커리어가 대기업이었고
이미 준비되고 똘똘한 친구들은 굳이 처음에 스타트업으로 오지 않을 것이다.
배달의 민족이나 토스 정도 되면 모를까.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채용을 하다보면, 초기에는 정말 말도 안되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들만 들어온다. 동네 편의점 알바를 뽑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필터링 되지 않은 날 것 수준의.
그래서 러닝스푼즈는 첫 공채로 2명을 채용하는데 상당히 고생을 많이 했고,
HR 사이트에 비용을 지불하고, 우리 회사에 지원하지도 않은 200명 이상의 이력서를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먼저 문자를 보내서, 회사와 내 소개를 하고 만나보고 싶다고 연락을 드리는 과정을 통해 채용을 하게 되었다.
이 분들은 지금 무척 뛰어난 성과를 내는 회사의 자산으로 성장을 했는데, 과연 처음에 지원을 했을 때도 그랬을까?
그들은 숨겨진 원석이었고, 누군가의 눈에겐 그냥 돌로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눈에는 조금만 다듬어준다면, 다이아몬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풍부하신 분들이었고 결국 그렇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짐 콜린스의 책 Good to Great 을 보면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한 사례와 그 이유들에 대해 분석한 내용이 많다. 이런 말이 나온다.
"시간을 들여서 처음부터 곧장 엄격하게 A+ 만 선발 합시다. 우리가 옳았으면 그들을 오래도록 붙들여 두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합시다. 우리가 틀렸으며, 그 사실을 직시하고 우린 우리 일을 꾸려가고 그들은 그들의 삶을 꾸려 갈 수 있게 합시다."
버스가 어디로 가는 것보다, 누구를 태우느냐가 중요하다. 제대로 된 사람들로 가득찬 버스라면, 결국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이끌고 갈테니 말이다.
저 내용은 이미 좋은 기업인데, 위대한 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사례들이라는 것이다.
A+급 인재들이 지원하지 않는다거나, 그들만을 원하는 대표님들이 계시다면 한 번 여쭤보고 싶다.
서두에 말했듯이, 창업가 혹은 대표이사는 항상 이상은 높게 가져가되 동시에 현실감각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 대표이사의 역할에는 적절한 사람들을 채용하는 것도 있지만, 동시에 현재는 B+ 정도의 성과를 내는 사람이지만 이들을 성장시켜 A+ 성과를 내는 사람들로 변모시키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각자의 경영철학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우리는 그렇다. 그런 조직이다.
안 될 수도 있다. 중간에 죽을 수도 있고, 못 버티고 나갈 수도 있다. 다만 우리는 우리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비정하다는 것은 마구 자르고 난도질한다는 것이고, 엄격하다는 것은 어느 직급이든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오히려 높은 직급에게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