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교씨를 만난 건 12월 초였다. 김상교씨가 버닝썬에서 가드와 경찰에게 폭행을 당한 직후였다. 김상교씨는 보배드림과 SNS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시 언론은 이 사건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젊은 남자가 만취해 클럽에서 소란을 피우다가 쫓겨난 헤프닝 쯤으로 여겼다.
김상교씨 폭행사건은 구미가 당기는 취재거리였다. 적어도 나한테는. 클럽은 관내 경찰 비호 없이 영업이 불가능하다고 취재원들이 수도 없이 강조했다. 아레나를 취재하면서 버닝썬도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아레나에서도 소리소문 없이 덮인 사건-사고가 많았다. 김상교씨 폭행 사건도 소리소문 없이 덮이고 있었다.
김상교씨는 정말 억울해 보였다. 당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감정에 북받쳐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김상교씨의 요지는 이랬다. “경찰이 버닝썬을 비호하고 있다. 신고자인 나를 체포해 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사건 현장 CCTV도 보여주지 않는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기사를 쓸까 고민했다. 사실 김상교씨의 주장만으로 기사를 쓰는 게 부담스러웠다. 당장 CCTV 영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객관적으로 김상교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물증이 많지 않았다.
경찰출입 기자들이 버닝썬 폭행사건을 취재하지 않았던 것도 물증이 없었기 때문이다. 몇몇 기자들이 김상교씨를 취재해 강남경찰서에 사건을 문의했다. 당시 강남경찰서는 “김상교씨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고 선을 그었다. 그 이후 경찰 출입 기자들은 김상교씨 폭행 사건을 관망했다.
김상교씨를 총 세 번 만났다. 첫 번째는 강남의 한 카페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두 번째는 김상교씨와 전직 버닝썬 관계자를 만나 버닝썬 내부 사정을 상세하게 취재했다. 추가 취재를 통해 버닝썬도 경찰과 유착돼 있다는 이야기를 취재원들에게 들었다. 김상교씨의 주장이 일관성이 있고,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세 번째 만난 날 김상교씨를 회사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그 다음주 버닝썬 폭행기사를 보도했다. <일요시사> 버닝썬 폭행 사건 기사 일부를 발췌했다.
‘승리 클럽 버닝썬’ 성추행 막다 수갑 찬 사연
“승리 클럽으로 알려진 버닝썬 이사가 성추행하는 걸 목격했다. 이걸 막았다가 버닝썬의 보디가드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 현장서 즉각 경찰에 신고했지만, 수갑을 찬 건 나였다. 경찰 조사 과정서 경찰로부터 3차례 폭행과 온갖 조롱을 당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CCTV 공개를 요구했지만, 경찰 측에서 거부했다. 경찰이 ‘버닝썬을 비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사가 나간 뒤 강남경찰서가 발칵 뒤집어졌다. 경찰 측 항의가 거셌다. 강남경찰서 수사과장한테 전화가 왔다. “기사 당장 내리세요. 일방적인 주장이고, 사실관계도 안 맞습니다. 기사 안 내리면, 법정 대응하겠습니다.”
이상한 일이었다. 기자 생활하면서 경찰을 많이 상대했지만, 경찰이 기자를 고소하겠다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기분이 팍 상했다. 이날(12월 21일)부터 신정(1월1일)까지 휴가였다. 올해 마지막 휴가를 고향에서 느긋하게 보낼 생각이었다. 휴가 첫날부터 일반인도 아니고, 경찰한테 "고소하겠다"는 전화를 받으니 기분이 좋을 수 있겠나.
그래도 기사는 안 내렸다. 나름 기사에 확신이 있었다. 또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탄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후 강남경찰서 측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