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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cm May 04. 2020

<B급 기자 막전막후> 버닝썬-아레나 강남커넥션②

특종기

날씨가 쌀쌀해졌다. 여름이 가고 벌써 가을의 끝자락이다. 10월 마지막 주 수요일 편집 회의가 열렸다. 데스크는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야 네가 일전에 아이템 올린 거 아레나, JTBC에서 기사 나온 것 같은데?”

“예!?!? 진짜요? 헐…”(‘이런 제기랄!!!’)

 

그 자리에서 바로 JTBC 기사를 확인했다. 강남경찰서에서 아레나 탈세 혐의를 수사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스트레이트 기사였다. 후속 취재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안심했다. 아니 오히려 잘 됐다. 그동안 내가 확인하지 못했던 아레나 세무조사가 JTBC 기사로 기정사실이 됐기 때문이다.

 

타사에서 아레나 기사를 치고 나가기 전에 먼저 침을 발라야 한다. 아레나 취재는 어느 정도 완성된 상태였다. 데스크한테 아레나 기사를 쓰겠다고 했다. 기획안을 엎고, 이번 주 아이템을 아레나로 정했다. 이때부터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 강씨에 대한 추적 기사를 연재했다. <일요시사> 기사 일부를 발췌했다.


<일요시사> 표지제목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 A회장 실체 추적’(2018년 11월05일)

강남 화류계서 ‘가라오케 황제’로 불리는 A회장. 10여 개 이상의 가라오케에 바지사장을 앞세워 소유하고 있다. 최근 국세청은 바지사장들에게 추징금 120억원을 부과했으며 경찰은 실 소유주로 지목되고 있는 A회장을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A회장은 나이트클럽 웨이터 출신으로 불법 스포츠도박으로 수백억 원을 벌어들였다. 이 자금으로 그는 ‘화류계의 황제’가 됐다.


<일요시사> 표지제목

‘아레나’ 유흥대부와 공무원들 ‘검은 커넥션’ 의혹 (2018년 12월03일)

<일요시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클럽 아레나 강모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 중인 유흥업소에 물건을 납품하는 유통회사에 비리 공무원들이 취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 구청 공무원 출신들로 현직 때 유흥업자에게 뒷돈을 받아 실형을 살았던 경험이 있다. 일각에선 강 회장의 후견인인 이모 고문이 전직 비리 공무원들을 앞세워 관(官)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펼쳤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일요시사> 표지제목

강남클럽 아레나-스쿨푸드 수상한 동업 (2018년 12월19일)

스쿨푸드(SF이노베이션) 회장과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의 수상한 동업이 포착됐다. 이들은 지난해 신사역 인근서 대형 베트남 음식점을 개업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런데 1년 만에 폐업했다. 아레나의 탈세 수사가 확대됐던 시점이다. 스쿨푸드 회장은 아레나에 배당금을 받는 주요 주주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언제나 그랬듯이 내 기사는 아무런 반향이 없었다. 하지만 기사를 보고, 핵심 제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아레나를 수사 중인 경찰도 내 보도에 관심을 가졌다. 두 번째 기사가 나간 직후 아레나를 수사 중인 강남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경제팀 수사과장이랑 통화를 했던 것 같다. 수사과장은 “강씨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줄 수 있느냐. 취재 경위와 관련 자료도 한 번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본인들이 수사 중인 사건을 기자에게 물어보다니. 그들의 무능함에 조금 놀랐다.   


경찰이 왜 기자한테 이런 말도 안 된 전화를 했는지 알고 있었다. 당시 아레나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강씨가 선임한 전관 변호사들 덕분인 게 중론이었다. 유상범 전 검사장과 김귀찬 전 경찰청 차장이 강씨의 변호사였다(유상범 전 검사장은 이번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강씨는 국세청 세무조사 때는 강남세무서장 출신 세무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경찰과 검찰 그리고 국세청이 아레나 사건을 ‘어떻게든 축소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았다. 제대로 수사에 착수도 안 했는데, 기사를 써대니 수사 중인 경찰 입장에서는 불편할게 뻔했다. 내가 어떤 걸 취재하고 있는지 뭐라도 알아내려고 했을 거다. 상부에 보고할 정보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마침 강씨가 선임한 전관들에 관한 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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