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 그리고 레드와인 한 잔.

by 가화캘리그라피

검붉은 와인 한 모금 입에 머금고,

스테이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때 쯤,

까맣게 얼굴을 숨기고 있던 핸드폰이

깜짝놀라 울려댄다. 가만히 쳐다보니,

그의 전화다. 왠 일인지 받기가 싫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못 가 끊어진 노랫소리,
이어 카톡이 왔다. 손은 계속 고기를 썰고 있고, 입술은 가져간 음식을 요리조리 씹고 있다. 큰 신경 쓰듯, 고개를 돌려 카톡을 확인하니, 못 갈 것 같다는 미안하지도 않으면서 예의상 미안하다고 말하는 내용이다. 화도 나지 않는다. 대신 입에 있는 고기를 더 잘근잘근 씹을 뿐이다. 테이블에 놓인 와인잔이 점점 투명해지고 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에게 전화를 한다.

깔끔한 한 마디를 꺼내기 위한 준비운동 처럼 냅킨으로 입술을 두 번 톡톡 찍어내자, 그의 목소리가 저너머 들려온다. 핑계도 좀 바꾸든지 하지, 아님 그냥 두리뭉실하게 대충 넘기시든지,

옛날 선생님께 숙제 검사 맡듯 구체적이고도 또 구체적이어서 어이가 없다. 이렇게 하면 그녀의 입에서 짧은 대답이 나올 거라는 걸 아는구나.

대꾸하기 싫다. 그래, 니 맘대로 해라.

그녀에게 그는 집엔 있지만, 차고 나가긴 싫은 그저 그런 악세사리일 뿐이다.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그런데 언젠지 모르게 생겨 있는 그런.


붉은 속살을 품고 있는 스테이크와
검붉은 레드와인이 오늘따라 유난히 잘 어울린다.

원래 그랬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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