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충한 날씨 처럼, 앞이 안 보이는 하늘 처럼,
요즘 내 마음을 잘 표현해 주는 게 또 있을까?
하늘은 봐도 봐도 뿌옇다. 비가 주륵 주륵 오니, 내 마음은 더 엉망 진창이다. 메모지에 끄적 끄적 낙서를 해본다. 무슨 말을 쓰고 있는 지 모르겠다. 첫사랑에 대한 아쉬움 일까, 날 배신하고 떠난 그녀 때문 일까, 아니면 아무 의미 없는 글자를 그냥 이어가고 있는 것 일까.
자꾸만 내 마음 속 서랍이 정신 없이 어지럽혀져만 가고 있다. 정리를 해야 하나, 버려야 하나, 홧김에 그냥 불을 질러야 하나 그러면 다시 깨끗해지려나.
주변에서 자꾸 힘들다라는 말을 내게 한다.
그냥 힘들단다. 그럼 나는, 해줄 수 있는 말은 있지만, 해결해 줄 순 없단 걸 잘 알고 있다.
그렇게 힘내란 위로를 진심으로 전하고 시간이 흘렀다. 왠일 인지 똑같은 소리가 들리고, 또 들리고, 또 들린다. 그렇게 무한반복.
나도 어느 새 전염이 되었다. 몹쓸 바이러스에.
방전이다. 큰 일이다.
내 서랍은 그렇게 더 어지럽혀진다.
어지러운 머리를 바닥으로 푹 숙이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깜깜한 암전 상태. 조그마한 불빛 조차 들어오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는 느낌이 오히려 안정감을 준다.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깜깜해진 귀 대신, 조용히 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햇살이 말한다. 엉망이었던 해가 얼굴을 들고, 그 짧은 시간에 난 너무나 긴 대화를 한 듯 했다. 그리고, 쨍하고 해뜰날이 날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