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신문 10월 12일자
탕자의 귀향 - 렘브란트
경북 상주에 '상주공간'이라는 카페가 있다. 이 공간은 전망과 분위기, 그리고 맛있는 식음료로 상주의 '핫플레이스'로 소문이 나있다. 이 공간은 서울 마켓컬리에서 MD를 하던 상주 출신 청년이 내려와 만든 곳으로, 청년을 고용해 최근에는 명주정원이라는 버려진 찜질방을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 오픈했다.
최근 밀레니얼들이 귀향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방 도시는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우리 도시만의 다움을 만들고 그 다움을 강화할 로컬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면서, 그들이 작고 가볍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해주라고 말하고 싶다.
첫째, 밀레니얼들은 소유보다 경험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세대이다. 경험과 관련, 밀레니얼들은 차별화된 경험과 여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좋아한다. 우리 도시만의 '다움'이 필요하다. '6th Street'라는 인디 뮤지션 중심의 라이브 뮤직 거리를 가지고 있던 미국 텍사스 오스틴은 도시의 '다움'을 '라이브 뮤직'으로 잡고, 1987년 세계 최대의 종합 콘텐츠 축제로 성장한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라는 음악 축제를 시작했다.
이런 다움을 통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고 싶은 지역으로 오스틴을 변화시키고, 그 결과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 고수익의 첨단산업 종사자 중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스틴으로 이주하고 있다. 최근에는 테슬라가 본사를 실리콘밸리에서 오스틴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둘째, 지역의 다움을, 체감할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로 만들어 주도록 창의적 소상공인(로컬 크리에이터)이 필요하다. 아웃도어, 친환경, 수제맥주, 지역 커피 등의 독립문화 라이프 스타일 도시로 유명한 포틀랜드가 '로컬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도시, 도시가 만드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이야기하는 이유다. 밀레니얼들은 소비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가치 소비에 민감하다. 그래서 그들은 라이프 스타일이 반영된 나다움이 있는 제품, 공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역의 다움과 개인의 재능이 결합된 창조적인 제품과 공간을 만들어내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양성해야 한다. 그들이 도시를, 지역을 밀레니얼들에게 매력적인 라이프 스타일 공간으로 변모시킬 것이다.
셋째, 밀레니얼들은 경험의 확대를 위해 이동하는 삶을 좋아하기에, 디지털 네이티브와 결합해 이들을 디지털 노마드라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처음부터 정주의 부담을 주기보다는 관계(맺기)에서 교류(정기적 관계)나 정주로 나아갈 촘촘한 관계 강화의 사다리를 만들어놓고, 이들이 스스로 그 사다리를 밟고 올라오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경상북도의 청년 정착 프로그램이 '도시청년 시골 파견제'라는 그렇게 넛지스러운 이름을 가지게 되었던 이유이고, 최근 지자체마다 일주일 살기,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들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공유 모빌리티, 공유 주거, 공유 오피스와 같은 공유 경제 인프라의 준비는 사다리의 첫번째 계단이 아닐까.
"기성세대와 달리 밀레니얼 세대는 로컬을 시골 변두리 지방이 아닌 혁신과 라이프 스타일 장소로 여긴다"고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교수는 이야기한다. 그들은 돌아올 생각도 의지도 있는데, 성경의 돌아온 탕자의 아버지처럼 버선발로 뛰어나가 그들을 맞이할 준비가 우리는 되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