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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the Road Jul 25. 2021

4차 산업 혁명시대의 규제

경상북도의 규제 주치의 - 매일신문 21.5.20

얼마 전 베어링을 만드는 경북 영주의 중소기업을 방문했다. 대표이사는 '일진베어링에 납품을 하는데 품질이 좋아 얼마든지 매출을 키울 수 있는데 사람이 없어 추가 설비를 하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매출을 키우지 못한다'며 공장 내 빈 공간을 보여주었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고 싶다며 경북 북부 지역처럼 내국인 근로자 채용이 어려운 지역은 내국인 근로자 채용 비율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를 뽑을 수 있는 비율을 좀 풀어 달라는 요청을 했다.      더불어 회사 사업장이 경북과 창원 두 곳에 있는 만큼 사업장 간 외국인 이동, 즉 외국인 파견 근로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어 줄 것을 함께 요청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20 한국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규제 수준은 OECD 35개 회원국 중 5위다. 한국의 규제 장벽이 세계적으로 높다는 의미다.경상북도가 전국 최초로 규제닥터제를 만들었다. 경북도는 통합신공항 건설, 4차 산업혁명 대응 등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손톱 밑 가시와 같은 규제가 있지 않은지 점검하기 위해 규제닥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규제닥터들은 가정 주치의처럼 규제 발굴부터 해소까지 경북도 규제 개선의 전 과정을 컨트롤한다. 이를 위해 먼저 현장, 기업 방문을 통해 숨어 있는 규제 찾아 내기에 전념할 예정이다.4차 산업혁명으로 시장과 경쟁의 경계가 무너지고, 기하급수적 변화가 일상인 오늘, 규제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첫째는 규제에 대한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징벌적 배상제의 네거티브 규제로 바뀌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상상력의 크기가 중요한데 포지티브 규제는 유리 천장 벼룩의 높이뛰기처럼 아예 생각, 상상의 크기를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규정에 없어 못 하는 게 아니라 규정에 없어 할 수 있다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얘기처럼 '감옥 가지만 않는다면 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뒤처진 산업과 시장 참여자의 보호는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정부의 역할이란 점을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타다' 사태처럼 기존 시장과 새로운 시장이 부딪칠 때 규제의 지속을 통한 사회적 갈등의 증폭보다는 정부는 규제를 혁파해 신산업, 신시장의 발전을 지원하고 대신 기존 시장 참여자의 명예롭고 점진적인 퇴진을 보장해 주는 사회적 원칙을 세워야 한다.


셋째는 파이를 어떻게 나눌까도 중요하지만 파이 자체의 크기를 키우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규제와 관련, 국내시장도 중요하지만 세계시장을 봐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물리적 시장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이제 세계는 하나의 시장이다. 국내시장의 규제 완화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고, 속도와 선점을 통해 세계시장을 정복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만일 우리가 '타다'와 같은 모빌리티 시장 내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좀 더 빠르게 해결했다면 동남아의 그랩이나 미국의 우버와 같은 세계적 모빌리티 기업들을 우리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최근 윤여정 씨가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았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감독상에 이은 두 번째 쾌거다. 미국 영화 직배나 스크린 쿼터제 축소를 반대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한국 영화의 힘과 영향력은 이제 세계시장을 호령하고 있다.규제를 하는 이유는 많은 경우 보호에 있다. 아이의 과보호는 아이를 응석받이로 만들고, 산업과 시장의 과보호는 경쟁력을 잃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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