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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the Road Jul 25. 2021

중소기업이 아닌 기하급수 기업이다

영남일보 5월 21일

얼마 전 경북도경제진흥원은 경북지역 중소기업에 혁신의 불꽃을 일으키자는 취지의 스파크 포럼을 개최했다. 환영사에서 나는 중소기업의 변화와 혁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소기업이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기업 규모가 작다는 뜻과 함께 보호와 육성을 기반으로 대기업으로 가는 성장 사다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기업을 나누는 기준이 크기보다는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가 더 중요시되어야 한다. 실제로 요즘엔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잡아먹는 게 아니라, 빠른 기업이 느린 기업을 잡아먹지 않는가. 이제 기업들은 독일의 '딜리버리 히어로즈'에 4조7천억원에 인수된 '배달의 민족'처럼 변화에 대한 대응과 적응을 통해 급속하게 성장하거나, 느리게 죽는 두 가지 선택지 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 코로나처럼 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한 기하급수적 변화에 대한 대응력과 속도를 기준으로 '기하급수 기업'이냐, 아니면 '산술급수 기업'이냐로 나누어야 한다. 우리 경북의 중소, 중견 기업들을 기하급수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

그러면 어떻게 기하급수 기업을 만들 것인가?

첫째는 담대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가 사람은 꿈의 크기만큼 자란다고 얘기했듯, 그 말은 기업에도 적용된다. 중소기업의 목표는 상대적이며 숫자로 표시된다. 그러나 기하급수 기업의 목표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절대적인 담대한 목표(MTP: Massive Transformative Purpose)여야 한다. 최근 주식 시장에 '꿈의지표'PDR(Price Dream Ratio)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직역하면 '주가 대비 꿈 비율'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 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가파르게 주가가 뛰는 기업은 순이익이나 순자산 등 가시적인 지표를 넘어 잠재력, 즉 '꿈'을 반영해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시장과 세상은 꿈을 평가하는 것이다.

둘째는 시선의 지향이 현재가 아닌 미래로 변해야 한다. 우리는 꿈의 크기만큼 시선의 지향이 변한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쿠팡의 미션은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라고 생각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쿠팡이 항상 미래를 보고 있기에 하루 이틀 적자에 아랑곳 않고 천문학적 비용을 로켓배송에 투자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이유이다. 기하급수 기업들은 이렇게 시선이 미래에 있으니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성장을 지향한다.

셋째는 개방형, 수평적 조직문화에 기반해야 한다.
 현재 중소기업의 일하는 방식은 주로 5개년 계획을 근간으로 닫혀 있고, 내부지향적이다. 반면 기하급수 기업은 수평적, 외부지향적이며 5개년 계획보다는 기민하고 유연한 경영 방식이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충격으로 시장 경계와 경쟁 방식의 붕괴가 가속화하고 있는 이 시대에는 어떤 조직도 내부 자원만 가지고는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 넷플릭스 핵심 경쟁력인 시네매치 알고리즘도 넷플릭스 경진대회를 통해 전 세계 천재들의 힘을 빌려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향후 어떤 기업이든 생존과 성장을 보장받으려면 외부와의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말은 영화 제목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Sailing to Byzantium)'에 있는 구절이다. 그 뜻은 노인의 경험과 지혜대로 예측 가능하게 흘러가는 사회에선 노인은 대접받을 것이지만, 현실은 경험 많은 노인이 예측한 대로 흐르지 않고,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구절을 현재의 산업 생태계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이제 중소기업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전창록 경북도 경제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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