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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비 May 13. 2022

재미있고 쉬운 데이터 흑마법 101

미래의 커리어를 현재의 상여금으로 등가교환 하기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를 어떻게 하면 잘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데이터를 어떻게 가졲같이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오늘은 미래의 커리어를 현재의 상여금으로 등가 교환하는 데이터 흑마법에 대해 글을 써보았다. (착한 판교 어린이들은 따라 하지 마세요)


데이터는 현실을 측정하고, 측정된 기록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끌어내기 위해 쓰인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 복잡하고, 데이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두 복잡한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데이터를 잘 사용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데이터를 발굴해 다른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여 그 사람이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동전의 양면이 있다.

위의 것을 반대로 뒤집어 나에게 의미 있는 데이터를 임의로 만들고, 다른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형태로 가공하고, 그것을 어려운 말로 전달하여 상대방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의사결정을 하도록 유도하거나 나의 성과가 실제보다 뛰어나 보이게 할 수 있다. 유사과학을 응용한 억지 논리와 기사에 쓰이는 "이게 말이 되는 듯하는데 뭔가 이상한데"라는 느낌을 받는 통계들이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 모두 서비스의 성공을 위해 데이터를 사용한다고 말하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는 서비스가 아닌 우리 자신만을 위해 데이터를 뒤틀어 사용할 때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을 데이터 흑마법이라고 부른다. 단기적으로는 나의 성과를 좋게 보이게 할 수 있지만, 모든 거짓이 그렇듯 결국에 대가는 따라온다 (Great power comes with great responsibility. 벤 파커 할아버지!)


그렇다면  데이터를 잘 뒤틀어서 좋지 않은 성과도 좋게 보이게 하고, 이해하기 어렵지만 뭔가 전문적으로 들려 다른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성과 측정 기준을 여러 개 만들고, 그중에 성과를 가장 좋아 보이게 하는 것을 사용한다


직접적으로 매출에 연관이 있는 프로젝트를 하지 않는 이상, 많은 프로젝트들의 성과는 간접적으로 측정될 수 밖이 없다. 예를 들어 리텐션을 높이기 위해 앱 기능을 추가했다고 해보자. 그 앱 기능이 과연 리텐션을 얼마나 상승시켰는지, 그리고 얼마나 매출에 영향을 주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을까? 보통의 경우 타깃 유저 그룹, 기간, 그리고 컨버전 기준을 어떻게 설정했는지에 따라 앱 기능이 리텐션과 매출을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가에 대한 측정 결과가 굉장히 달라진다. 보통의 경우 상식과 도메인 지식을 사용하여 직/간접 지표를 정의하고 이를 성과측정에 사용한다. 하지만 만약 내가 내일 당장 상여금을 받아야 한다면 다양한 기준을 만들어보고 그 기준 중 가장 복잡해 보이면서 언뜻 보면 말은 되지만 깊게 파고들어 가면 뭔가 조금 어긋나 있더라도 나의 성과를 가장 높게 측정하는 KPI 기준을 선택할 것이다.  이 기준이 서비스의 도메인 지식과 상식을 기반으로 보았을 때 완전히 맞는 것은 아니지만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고, 또 굉장히 복잡하게 만들어놓았기에 다른 사람들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내가 보여주는 명시적 성과만 바라본다. 그때부터 성과는 내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는 가상의 수치가 되는 것이다 (물론, 애초에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수치가 나오면 적발되겠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기에 바로 어둠의 "흑" 마법


2. 복잡한 수학 수식을 사용하여 내 의견이 맞다는 것을 설명한다


사람을 설득하는 방법 중 안 좋지만 꽤나 잘 먹히는 두 가지 방법은 아래와 같다. 그리고 둘 모두 수학으로 할 수 있다

1. 권위를 사용하기

2. 상대방이 바보라는 느낌을 주기


예를 들어 두 개의 유저 그룹이 있다고 해보자. 그중 나는 A 그룹을 위한 서비스 기능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회사의 자원과 인력이 한정되어있기에 내가 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A그룹이 B그룹보다 매출적으로 더 가치 있다는 것을 임원진에게 설득해야 한다. 이때 임원진의 높은 자존감을 지렛대로 사용하려면 수학과 통계를 사용하면 된다. 매우 쉽다. 바로 standard deviation, T-test, ANOVA test, Lienar regression을 사용하여 뭔가 있어 보이면서 굉장히 복잡하게 만들어 설명하면 되기 때문이다 (제가 왜 일부러 영어를 사용했을까요?). 물론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그게 뭐 어려운 개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이 개념들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임원진들 중에 몇 명 없다. 사실 막상 또 설명해보려면 어렵게만 설명된다. 그래서 이런 어려워 보이면서 동시에 뭔가 권위 있어 보이고 또 과학스프르한 수학 및 통계 수식을 사용하여 설득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바보처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일단 동의하고 넘어간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그때는 논문을 이용해보자. 이러나저러나 이 "흑" 마법이 먹히는 종류의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soul까지 털릴 수 있는 decision making의 vulnerability와 weakness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3. 수치만 전달하고, 의미는 전달하지 않는다


누가 무언가 조사해달라고 했다고 해보자. 일하기도 귀찮고 또 상대방의 성과를 올려주기 싫다고 해보자. 이때 회피기 "흑"마법을 사용해보도록 하자. 일단은 해당 요청에 관련된 데이터와 수치를 굉장히 많이 찾는다. 그것들을 다시 한번 다양한 형식으로 시각화해본다. 시각화한 자료들과 요약 수치를 한대 모은다. 그것을 상대방에게 패스한다. 해당 수치들의 뜻은 도메인 지식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요청자가 해석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하면 설명을 회피한다. 나는 업무를 완료하였고, 이제 공은 상대방에게 넘어간다. 상대방은 수많은 수치와 그래프들 속에서 헤매다가 "아 모르겠고 매출이나 봐야겠다"라고 생각한다. 좋아, 로맨틱 성공적.


데이터를 통해 측정된 수치 그 자체는 의미가 없다. 그 수치가 무엇을 뜻하는지,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어떤 액션을 해야 하는지가 데이터의 진정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위와 같이 의미를 제거하고 수치만 전달하는 것은 알맹이만 빼고(일 하기 귀찮든, 생각하기 싫든 여러 가지 이유로) 껍질만 상대방에게 넘겨준 후 왜 일을 제대로 못하냐고 타박할 수 있는 매우 쉽고 간단한 "흑" 마법이다



여러분은 따라 하지 마세요


위의 3가지 데이터 흒흙마법은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지만 절대로 따라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위의 데이터 흑마법들을 사용하면 일도 쉬워지고 성과급도 높아지지만 그 모든 대가를 2~3년 후에 물 경력과 나쁜 평판이라는 매우 큰 부작용으로 돌려받게 될 것이다. 물론 가족 같은 상황에서 호박엿을 포장해 주고 싶다면 뭐 써도 누가 뭐라 하겠는다. 아는 사람은 당신 밖이 없을 텐데 (그리고 당신의 연약하고 소중한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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