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회사일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비 May 18. 2022

재미없고 어려운 데이터 백마법 101

왜 성과가 없냐고 한소리 듣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

수치를 뒤틀어 성과를 꾸미는 것은 쉽다 (참조 : 재미있고 쉬운 데이터 흑마법 101)

하지만 데이터 분석이 의미를 가지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은 너무 어렵고, 재미없고, 성과도 잘 안 보인다

전자는 마치 라면과 같다면, 후자는 마치 매일 같이 샐러드를 먹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나는 후자를 데이터 백마법이라 부른다 (좋은 건 알겠는데 내가 나서서 하라면 흠.... 돈을 정말 많이 준다면 생각해보겠다)


그러면 어떤 데이터 맛대가리도 없고, 단기간에 성과도 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조직에 좋은 데이터 백마법들이 있을까?


1. 날것 그대로의 데이터를 파헤쳐 한계, 맥락, 가능성을 파악하기


많은 회사들이 데무새가 되어 데이터를 쌓는다. 하지만 애초부터 분석을 하기 위해 설계하고 검증한 데이터가 아니라면 특정 부분들에서 정확도가 떨어지거나 구조적 한계를 가질 수 밖이 없다. 이런 한계와 부정확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쓸만하기에 사람들은 그 데이터를 어찌어찌 사용하여 KPI도 만들고, 유저 분석도 한다. 나는 이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리소스는 한정되어 있기에 데이터를 100% 깨끗하고 완벽하게 만들고자 그것만 잡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데이터가 어떤 한계와 부정확함을 가지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계속 사용하는 것이다. 회사의 성장에 따라 데이터 또한 목적에 따라 다시 설계되고 고려되어야 하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니 그냥 그대로 계~속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그 데이터로 분석할 때 뭔가 부정확하고 뭔가 불편해서 데이터를 점점 더 사용하지 않게 되거나 의사결정이 삐뚤어지게 된다. 따라서 현재 가지고 있는 데이터의 한계, 맥락, 가능성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너무 중요하다 (성과 티 안나는 일 1)



2. 회사의 (전략 & 서비스 구조) 를 분석용 데이터의 모델과 끊임없이 일치화 시키기


데이터가 진정한 가치를 바라기 위해서는 분석의 목적에 알맞은 형태로 가공되어 있어야 하고, 데이터가 분석의 목적에 알맞다는 것은 데이터의 모델이 회사의 서비스 및 전략 구조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쿠팡의 유저 행동 데이터와 넷플릭스의 유저 행동 데이터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 밖이 없고, 따라서 분석용 로그 디비의 구조와 로그 자체의 형식이 다를 수 밖이 없다. 즉, 서비스의 목표와 전략과 구조가 무엇이지에 따라 데이터 또한 바뀌어야 하고, 이는 성장하는 서비스라면 서비스와 분석용 데이터를 끊임없이 어라인 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과 티 안나는 일 2)



3. 모두가 데이터를 사용하는 문화 만들기


데이터 분석가만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면 이는 회사가 데이터를 단기적인 성과를 올리고 급박한 질문에만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회사의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KPI를 이해하고, 설계하고, 달성 혹은 실패 여부를 데이터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데이터 드리븐 문화가 만들어지고 회사가 데이터를 유의미하게 사용한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아래의 것들이 만족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내가 임원이 되어야만 건드리기라도 할 수 있다는 사실... (성과 티 안나는 일 3)


A. KPI달성에 대해 달성(혹은 실패) 자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명할 수 있고, 이 설명을 기반으로 인사평가가 이루어지는 문화

B. 적어도 대시보드를 통해 서비스 전체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임원진들의 데이터 해석 능력

C. 서비스 전략과 어라인된 KPI 구조

D. 꾸준한 데이터 관련 교육



4. 위의 업무를 팀과 하는 동안 임원진들의 "왜 성과가 없냐"라는 질문에 대해 탱커를 자처하기


위와 같이 장기적으로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 백마법들은 상당한 리소스가 필요하다(아니며 그냥 다 엎어버리고 시작하던가). 그리고 결국 이런 대단위 프로젝트는 누군가 비전을 가지고 끌고 가야 한다. 문제는 데이터 사용의 근간과 관련된 업무일수록 리소스는 잡아먹는데(예를 들어 당신의 월급 이라던가) 성과는 단시일 내에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는 위의 것들을 실행하는 와중에 팀의 사기를 올리고, 억지로라도 단기 성과를 만들고, 이를 통해 임원진들의 "그래서 그거 매출 얼마나 올리는데?"라는 질문에 대해 탱킹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역할을 자처하는 것 자체가 매직이 아닐까 생각한다 (성과 티 안나는 일 4)



결론적으로 위의 업무들은 매우 매우 매우 화가 나서 그냥 내가 해보겠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일종의 calling (신의 부름? 열정의 점화? 운명) 이 있어서 시도해보고 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쉽게 실행하기 어려운 업무이다. 그리고 설령 달성하더라도 달성할 쯤에는 그것을 모두가 당연한 환경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성과가 보이지 않는 일종의 자기희생 마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데이터 백마법)


매거진의 이전글 재미있고 쉬운 데이터 흑마법 10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