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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비 Jan 15. 2024

[괴랄한 기획] 서러운 아저씨들 티 클럽의 시.작.

아저씨의 아저씨들에 의한, 아저씨들을 위한 커뮤니티 만들기

이 괴랄한 커뮤니티 빌딩 프로젝트의 시작은... 전기스토브였다..



피곤한 어느 날, 세 들어있는 집의 전기스토브가 맛이 가버렸다.


회사일을 마치고 나서 지친 몸으로 요리를 하기 위해 프라이팬을 전기스토브 위에 올리고 불을 켰다. 한 5분쯤 지났을까, 프라이팬에서 아무런 열기가 느껴지지 않아 살짝 들어 올려 아래의 화구를 보니 아무런 불도 들어와 있지 않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울컥하는 짜증 남을 뒤로하고 집주인분에게 혹시 이 전기스토브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쭤보았다. 그러자 약간은 냉철한 어투로 답장이 돌아왔다.


"임차 계약상 임차인이 집의 모든 것을 원래 상태로 만들고 집을 비워야 하기 때문에 자비를 들여 고쳐야 합니다. 다만 한번 상태를 보기 위해 시간 되실 때 남편과 저녁쯤에 들릴게요"


뭔가 논리적으로 당연한데 감정적으로 당연하지 않게 느껴진다는 감상을 잠시 뒤로하고 감사한다고 답장을 드렸다.



전기스토브 고치다 시작된  유부남 토크


다음날 저녁, 퇴근하고 집에 퍼질러 누워있다 보니 집주인분과 약속했던 시간이 훌쩍 눈앞으로 다가왔다. "띵동" 하고 현관문 초인종 소리가 들리자 헐래 벌떡 일어나서 문을 열어드린다. 잠시 인사를 나누고 수리공 차림의 남편분과 집주인분이 주방으로 들어와 전기스토브를 이리저리 둘러본다. 


짙은 미소를 얼굴에 걸친 남편분이 친절히 말을 건넨다.


"이 브랜드 전기스토브를 고치려면 회사에 연락해서 수리 날짜를 잡아야 하더라고요. 그런데 회사 다니시느라 수리 날짜 잡기 힘드실 텐데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콘센트를 다시 연결해 보죠. 이거 콘센트가 빌트인 된 세탁기 뒤에 있어서 세탁기 고정나사를 조금 풀어야 하는데 시간 괜찮으세요?"


나는 벅찬 감동을 받아버렸다. 그냥 어디에 전화하면 된다고 말하고 가도 됐는데, 세입자의 시간까지 배려하여 이런 제안까지 해주시다니! 나는 당연히 괜찮다고 하며 오히려 남편분 깨서 늦은 시간에 이렇게 까지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을 건넸다.


남편분과 그렇게 세탁기 고정 나서를 풀고, 전기스토브 콘센트를 뽑았다 다시 연결해보고 하면서 시간이 흘러갔다. 그런 시간 속에서, 나도 모르게 남편분에게 이런 질문을 툭 하고 내던졌다.


"부인분이랑 지내시다가, 너무 감정이 격해질 때 그 격정을 어떻게 해소하세요?"



그렇게.. 결혼, 부동산, 육아, 스트레스에 대한 대화가 시작되었다



그 질문이 시작이었다. 한 2~3 시간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우리는 어떻게 하면 부인과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지, 남편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 아이를 가진다는 것, 부동산 등에 대한 이야기를 끝없이 이어 나아갔다.


그렇게 원 없이 이야기를 하고 나서 우리는 다음에 시간 내서 따로 한 번 더 만나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해어졌다. 아... 역시 아저씨 둘 이상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것은 선조의 지식이 잠긴 말이었다는 것을 느끼며 어떻게 이 상황까지 오게 되었는지 잠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도대체, 왜 일면식도 거의 없던 유부남 아저씨들이 만나서, 거의 10사 이상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정말 배경 자체가 완전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이렇게 즐겁게 할 수 있었을까.


그러다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맘 카페는 있는데, 아빠 카페나 남편 카페는 없는가



그렇게 아저씨의 아저씨들에 의한, 아저씨들을 위한, "서러운 아저씨들 티클럽" 커뮤니티 빌딩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이시간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핳하하하



서러운 아저씨들 티 클럽 관련 소식 듣기 : https://forms.gle/s88ni4qmyaUdFcT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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