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을 마치고 나서 어두컴컴한 날에, 아내와 같이 버스 정류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집주인분을 만났다. 스며드는 어색함을 물리치기 위해 억지로 짜내는 말들 속에서 나는 그분만의 흥미로운 스토리를 발굴하였다. 원 테이블 레스토랑, 밀키트 사업, 특화 생고기 온라인 판매업으로 업을 바꾸가면서 겪어낸 경험들은 내가 주변에서 보지 못한 색다른 이야기였다.
그래서, 세탁기를 고치러 오신 어느 날, 유부남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마치고 난 시점, 언젠가 다시 한번 만나 이야기를 하기로 하였고, 집에 있기 싫었던 어느 날 남정네 둘이서 카페에 가 와인을 마시게 되었다.
그렇게 다가 온 약속 날, 와인을 조금 마시고 나서 집주인 분은 슬슬 본론을 건네셨다.(역시 사업가다운 면모)
'아니, 우리 회사에서 판매 데이터, 재고 데이터, 구매 데이터를 혼자서 종합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의 업무를 좀 정리하고 자동화해서 더 큰일을 맡기고 싶어요.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네이버, 쿠팡, 마켓컬리 등의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물품을 판매하다 보니 서로 다른 형식의 매출 및 재고 데이터가 존재하였고, 이를 종합하여 주문을 산정하고 수요를 예측하려니 한 명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업무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크몽과 다양한 곳들을 알아보았으나, 뭔가 일은 지지부진하고, 지금 알맞은 솔루션을 찾았는지 알 수 없고,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총체적 혼돈에 빠진 것이다. 그 와중에 알게 된 아랫집 데이터 분석가 (나). 그렇기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집주인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참 많은 소규모 온라인 판매업체들이 비슷한 일을 겪고 있겠구나, 그리고 이것을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하는지 감도 잡지 못하고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흥미가 돋았다. 왠지 모르게 재미있어 보이는 문제가 내 입맛을 돋우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도와줘 보기로 했다.
1. 집주인분이 생각한 '하고 싶은 것들'의 리스트와 이를 진행하기 위해 알아본 업체들을 전부 작성해 내게 전달해 준다.
2. 기존에 해당 데이터 종합 및 분석 업무를 진행하신 분이 나에게 기존의 프로세스를 전부 설명해준다.
3. 위의 단계를 기반으로 현재 회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문제의 범위를 명확히 정의한다.
4. 현재 회사에 필요한 데이터 종합, 가공, 분석 업무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위의 단계들을 통해 단순한 도움을 넘어서, 디지털 전환기에 있는 중소규모 업체들에게 필요한 데이터 관리란 무엇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 자동화를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한번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는 글감이 생긴 느낌이다. 전통적인 식품 사업과 현대 데이터의 만남이라... 이거 괜찮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