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딘가 꿀꿀하면 스스로에게 나지막이 이렇게 속삭여 보세요. 오-예. 아마 큰 심경의 변화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이제 힘들 때도 오-예를 외치는 긍지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 글은 오랜만에 야구를 보러 와서 굉장히 기분이 좋은 지금이라는 시간에 쓰였습니다. 지금과 같은 기분이 아니라면 오-예 같은 단어가 떠오르지도 않았을 테죠. 그래서 미리 적어놓는 것입니다. 지금이 오-예여서만이 아니라, 오-예가 아닐 나중의 순간에도 이 단어를 까먹지 않을 수 있게. 오-예.
2.
날씨는 왜 자꾸 변덕을 부릴까요. 이럴 때마다 자연에서 태어난 인간도, 자연 그 자체인 날씨도 디폴트 값이 변동성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다만, 그 변동성을 예측할 수 없을 때, 혹은 눈에 띄는 변동의 주기가 너무 짧을 때 나는 하소연하게 됩니다. 마치 모든 것이 내 통제하에 움직여야 한다는 듯이 말이죠. 쨍한 햇빛이 갑자기 사라지고 비가 쏟아지면 그냥 홀딱 맞고 싶기도 한데, 그런 내 마음만이라도 우선 서둘러 통제하는 나는 이제 어른입니다. 물론 난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우산을 잃어버립니다.
3.
뾰족해지자.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신호들에 주파수를 맞출 수 있게. 넓어지자. 아름답지 않은 것들도 내가 다 안아줄 수 있게. 쌓아 올리자. 꾸준한 양적 성장이 어느 순간 어떤 성취를 가져다줄지도 모르니깐. 피라미드는 외계인이 만든 게 분명하다.
4.
휴양지에 가는 꿈을 꿨다. 화려한 그런 곳은 아니었고,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나 <어파이어>에서 나올 법한 해변 동네였다. 허름해 보이는 숙소에는 허름해 보이는 야외 수영장이 있었다. 수영장에는 햇빛이 강하게 쬐고 있어서 물도 마냥 차갑지만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분명 수영장이었는데, 반신욕 하듯이 앉아서 책을 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오후에는 저 수영장에서 첨벙거리다가 책을 좀 읽고, 해가 지면 해변으로 나가 밤 수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치 그런 일정을 많이 짜본 사람처럼 말이다. 꿈에서 깼을 때 난 땀으로 흥건했고 지독한 탈수가 온 것만 같았다. 저 먼 지구 반대편에서는 밤새 틀어놓은 에어컨 때문에 냉방병이 온 한국인이 되는 악몽을 꾼 적이 있을까. 어쩌면 악몽이 아닐지도 모르지.
5.
연말 즈음에 나에게는 긴 휴가가 생길 예정이다. 지금 상황에서 여행 계획을 짜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정해진 시간 안에서 무엇을 포기하고 다른 무엇을 선택하는 것은 모든 생산 활동의 기본이지만, 생산성은 내가 여행 전 가장 마지막으로 찾는 준비물일 것이다.
6.
10대 선수가 깜짝 활약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고, 은퇴를 앞둔 불혹의 선수가 유종의 미를 거두는 스토리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선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 이런 스토리가 매번 강렬한 이유다. 신인 선수가 잠재력을 펼치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정점에 오른 선수의 기량이 떨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상대적으로 더 짧은 커리어 안에서 숨 쉬고 있을 스포츠 선수들을 이제 사회인의 시각으로 공감한다.
7.
끄적인 글은 일부러 더 꼬깃하게 접어두고, 누군가 펼쳐주면 나는 또 새로운 내용을 끄적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