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이야기, 은유와 수사법은 도면과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고 전율을 자아냅니다. 저는 이들이 도면과 모델링과 엮어져 하나로 전달될 때 ‘설계를 잘했다’, ‘건축을 참 잘한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건축가가 예술가가 아닌 이유는 건축물이 놓이는 곳이 ‘진짜 살아내는’ 도시이라는 점에서, 어느 순간 작가성이라는 레이어 위에 도시에서 요구되는 여러 맥락이 씌워집니다. 마치 프로젝트의 등장인물로 건축가와 클라이언트를 넘어 도시에 사는 시민들이 등장하듯.
피터 줌터(Peter Zumthor)의 Bruder Klaus Field Chapel 이야기를 참 좋아합니다. 밀밭 한 가운데 서있는 기둥처럼 보이는 이 건축물은 가까이 가보면 12m의 2평정도 되는 작은 예배실입니다.
원목들을 마치 움막을 지을 때처럼 세로로 쌓아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안의 원목을 3주 동안 서서히 태워 콘크리트만 남은 예배당입니다. 외부에서 내부 구멍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 소박한 촛불대 멀리 보이는 하늘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방문한 사람들은 고요함과 숭고함을 느꼈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그 뒤의 지어지게 된 과정이 반짝입니다.
독일 서부 퀼른 근교에 있는 작은 농촌마을로 이 건축물을 시공할 때 동네 농부들이 직접 소나무 줄기를 엮고, 쌓았습니다. 콘크리트 역시 램드 콘크리트(rammed) 방식으로 농부들이 수작업으로 하루에 50cm씩 다지면서 치기를 반복하고 24일동안 반복했습니다. 외부의 물결무늬는 이 과정에서 나오게 되었지요. 양생 후 안의 소나무 줄기에 불을 붙여 서서히 태워 완성되었습니다.
이 마을의 15세기 수호성인 이었던 클라우스를 기리기 위해 한 농부 부부가 의뢰하고 과정에서 지역민들이 함께 지어낸 건축물입니다. 프로젝트 시작 당시 마을의 갈등, 오랜 문제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건축가가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는 아니었지요.
그러나 하나의 건축물로 마을 사람들이 모이고, 동네를 상징하는 건축물을 함께 만들었다는 것. 이후 사람들의 발걸음을 찾아오게 하는 장소로까지. 공공성하면 큼지막한 공공건물만 떠올리기 쉽지만, 이 건축가가 해석한 공공성은 마을사람들과 함께 지어내는 과정 속에서 회복되는 동네였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도시 속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하고 언젠가 연륜이 쌓인 나이가 된다면 동네건축가로 살아보고도 싶습니다. 누구나 사무소를 쉽게 드나들면서 곳곳에서 재미난 작당을 함께 모의해볼 수 있는 공동체가 있다면 어떨까.
시민성과 공공성이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내가 도시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스스로에게 묻는 것부터 시작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참지 말고 풀라, 지금 있는 이곳에서 난 무엇을 참고 있나? 과감히 풀어해친다면 어떻게 움직여야할까? 하고요.
2023. 11월 기록
당시의 생각노트
도시공간의 공공성 그리고 내 안의 시민성
이영범 /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 Review of Architecture and Building Science I 2019.03
저성장시대, 저출산 고령화, 지방도시 살생부, 쇠퇴도시, 도시재생
젠트리피케이션, 1인가구시대, 밀레니얼세대, 공유경제, 공간공유, 공동체 자산화 => 사회변화의 새로운 트렌드가 공간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동력
생산과 공급중심의 공간정책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공간 잉여로 인한 지역 쇠퇴와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극단적인 공간 불균형이 동시에 존재하는 도시의 현실은 지금까지의 삶의 규범과 방식에서 벗어나 다르게 살기를 요구한다. => 도시의 ‘재구조화’
공공건축가제도 : 건축가가 공공공간의 설계과정에서 어떻게 공공성을 개념화하느냐가 중요. 창작의 영역으로만. 작가적 공공성.
작가적 공공성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다양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공간 언어로 전환시키는 것이 공공성 가치실현의 핵심
공공성이 도시건축의 수사학rhetoric)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레토릭을 넘어서야 한다면 공공성을 담은 공간이 일반 대중의 삶 속에서의 사회화되는 과정의 실체에 대해서 의문.
언어의 현란함을 넘어선 사회화의 과정은 순수한 건축가의 영역인가?
건축가 스스로 도시공간에서 공공성을 구현하기 위한 사회적 역할에 대해 재정의해야.
도시공공성 : 다양한 가치를 실험하고 실천하는 주체들의 연대와 협력, 그리고 도시행정과의 수평적 거버넌스를 어떻게 유도해 내느냐가 공공성의 판이 도시공간을 바꾸어 나가는 토대. 그리고 판 이후의 다음의 가치를 유도할 수 있느냐. 시민혁신가들이 연대와 협력을 통해 동네건축가, 마을디자이너로서
유럽 답사에서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도시재생의 유명 성공사례가 아닌 사람들.
Luchtsingel /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건축설계사무소 ZUS : 2012년 세계 최초로 공공인프라를 시민들의 크라우드펀 딩으로 진행한 이 공중육교는 2015년 7월 완성되었다.
걷는도시 만들기 25년, 회고와 전망- 서울시를 중심으로
정석 /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1990년대 초 : 자동차 대중화 시대 ‘ 걸을 수 없는 도시’
도시구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작은 블록으로 도시가 구성돼 있고, 도로의 폭도 넓지 않다. 반면 슈퍼블록과 광로를 위주로 설계된 우리나라 도시에는 횡단거리가 길어져 보행신호 시간을 충분히 주기 어렵다.-> 구조적인 문제
도로 위를 맘껏 달리거나 걷는 체험을 통해 시민들이 ‘ 이공간의 주인이 바로 우리’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파리플라주
시민들의 수평이동이 가능한 저층도시
어떻게 해야 우리가 도시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찰스 몽고메리<행복도시> “참지말고 풀어라”도시는 결국 사람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