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상한 게 제일 좋다.
언젠가부터 '루틴'이라는 단어를 넘어 '리추얼'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매일 내 삶에 에너지를 주는 의식과 같은 행위를 반복하면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작은 습관을 말하는데, '감사일기 쓰기'나 '매일 달리기'처럼 조금의 노력을 들이면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리추얼로 각광받고 있다. 뭔가 너무 기계적인 반복이 아니라 시작하기 전에 너무 긴장되지 않은 상태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점에서 루틴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루틴이든 리추얼이든 사람들이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어 하는 이유는 지금의 내 삶을 더 평화롭고 나아지게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과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도 더 아름다운 일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수많은 명사들이 매일 했던 행위들을 따라 하면서 나도 그들이 가졌던 특별함에 한 발 가까워지고 있다는 만족감, 그 밖의 여러 가지 들이 사람들을 조용히 열광하게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나 역시 내면의 성숙과 그에 따른 특별한 심상의 세계를 건설하기를 원하는 작업자이기 때문에 여러 시도를 해보았다. 매일 일기 쓰기, 한 시간씩 한강에서 자전거 타기, 미라클 모닝 한 달 실천하기, 정권 지르기 100회, 영어 한 문장 외우기..... 40년 가까이 살면서 여러 가지를 해보았지만 나의 습관은 '작심삼일 반복하기'라는 것을 알았을 뿐이었다. 한때는 이런 나의 고유특성을 굉장히 자책했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으려 노력한다. 자책하느라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면 숙고와 반성에 쓸 에너지가 부족해진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은 정말 주변에 널렸다. 작심삼일이라도 계속하는 게 어딘가.
'자책과 무기력에 빠지지 않고 헛된 노력이라도 계속하는 나는 노력가'라는 철없는 정신승리를 시도하면서 유튜브를 보니 정우성 배우가 보인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라는 영화를 의 대표작으로 생각하는 나는 문득 내가 가지고 있는 습관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루틴이나 리추얼은 없더라도 몇십 년을 움직여온 인간인 이상 습관이 없을 수는 없다. 나는 그것을 앞의 영화 제목에서 사용한 방법으로 구분해보고 싶어졌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일상의 모습에서 급작스럽게 평가해본다. 우선 좋은 습관. 음. 자신을 유독 낮게 생각하는 한국인의 특성이 이럴 때만 강해지는 지라 생각나는 게 없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혈장헌혈을 하고 신발을 벗을 경우에는 들어가기 전에 잘 정리해둔다 정도? 뭔가 이야 나 참 좋은 행동을 잘하고 있네 하며 자신을 칭찬할 거리가 떠오르지 않으니 다음으로 넘어가자. 나쁜 습관. 다 쓰다가는 손가락에 급성 관절염이 걸리기 전에는 안 끝날 것 같다. 눈뜨자마자 SNS 하기, 정신 안 차리면 밥을 십 분 만에 마셔버리기(메뉴 국적에 상관없이), 구부정하게 걷기 정도만 쓰겠다. 이것 말고 오조오억 개 정도 더 있다.
마지막으로 이상한 습관. 나에게는 너무 자연스럽지만 지켜보는 사람에게는 이상할 것 같은 행동들을 나는 매일 한다. 먹을 것을 살 때 성분표 확인하기, 물건을 살 때 십 분 이상 고민하기, 특히 옷을 살 때 일단 집에 돌아가서 가지고 있는 것들은 한 번 더 확인하기, 목이 말라도 페트에 든 음료만 있으면 일단 참기, 가방이 무거워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이면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3층 이하는 걸어서 올라가기, 음식은 절대 남기지 않기 등등 굉장히 느리고 불편한 삶을 만드는 행동들이 이제는 딱히 의식하지 않아도 상황에 따라 바로바로 나온다. 나의 불편함이 모여서 하나라도 많은 생명이 살아가길 바라길 희망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비효율적이고 내 이상한 습관들이 언젠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습관이라고 따라 하는 시간이 오길 바란다. 올해는 나의 이상한 습관들에 이성과 성 다양성, 그리고 다른 종에게 차별적인 언어를 쓰지 않는 습관을 더하고 싶다. 내가 몸담고 있는 글쓰기 모임의 포바 작가님의 글에서 언급하신 것처럼 말은 삶을 바꾸기 때문이다. 아직은 개인의 삶이 바뀌면 알아채지도 못한 채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믿는 이상주의자로 살고 있다. 바뀌기를 불편해하고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함께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