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번째 여름

by 찬H
20240126 스물아홉 번째 여름.jpg 스물아홉 번째 여름(2024.01)_illust by 찬H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가 귓가에 스며든다.

바람이 슬며시 페이지를 넘기고,

나는 천천히 문장을 따라간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방 같은 하루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나이를 한 살 더한다.


지나온 날들을 소란 없이 되짚어보고,

다가올 계절은 조급하지 않게 기다린다.


벽을 타고 흐르듯 만발한 능소화들이

여름의 끝자락을 조용히 속삭이고,

낡은 책과 이국적인 향기 사이로

한 장면씩 시간이 내려앉는다.


이 생일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거야.


스물아홉의 나는,

이 순간을 오직 나 자신에게만 들려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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