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부서지는 소리가 귓가에 스며든다.
바람이 슬며시 페이지를 넘기고,
나는 천천히 문장을 따라간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방 같은 하루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나이를 한 살 더한다.
지나온 날들을 소란 없이 되짚어보고,
다가올 계절은 조급하지 않게 기다린다.
벽을 타고 흐르듯 만발한 능소화들이
여름의 끝자락을 조용히 속삭이고,
낡은 책과 이국적인 향기 사이로
한 장면씩 시간이 내려앉는다.
이 생일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거야.
스물아홉의 나는,
이 순간을 오직 나 자신에게만 들려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