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그려온 그림에 동시 같기도, 동화의 일부분 같기도 한 짧은 글을 곁들인 <몽글몽글 그림말>은 10편을 끝으로 잠시 마침표를 찍는다.
10분도 채 걸리지 않아 모두 읽을 수 있을 만큼 간결한 구성인데, 아직은 문장을 다루는 일이 서툴러 어떤 이들에겐 한참 부족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조차도 쉽게 써지지 않아, 한 줄 한 줄을 다듬는 데 예상보다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짧기 때문에 오히려 더 조심스러웠고, 그 안에 작은 의미라도 꼭 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처음 연재를 시작할 때는 그림과 글을 함께 묶어 한 권으로 정리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글을 쓰다 보니, 그림마다 어울리는 말투와 분위기가 제각각이었다. 같은 손에서 나온 그림인데도 어떤 건 먼저 다정하게 말을 걸어왔고, 어떤 건 한 걸음 물러나 조용히 바라보는 듯했다.
전부를 브런치북 하나에만 담기엔 어딘가 어색해서 결이 비슷한 글들끼리 따로 모으기로 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몽글몽글 그림말>이다.
나는 보통 70~100cm 정도로 비교적 큰 그림을 그리며, 면보다는 선을 활용해 채색하기 때문에 한 작품당 작업 기간이 꽤 길다.
게다가 외주가 들어오면 개인 작업은 몇 달씩 밀리기 일쑤다. 그래도 지난 12년간 성실하게 쌓아온 그림들이 있었기에 두 달 동안 브런치북 세 개를 동시에 연재할 수 있었다.
하루 종일 그림을 들여다봐도 아무 말이 떠오르지 않는 날도 많았다. 억지로 떠밀리듯 하다 보면 부담감에 손을 놓고 도망쳐버릴까 봐 연재를 미루더라도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않으려 했다.
나는 겁쟁이라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마음을 몇 번이고 다잡아야 겨우 첫발을 뗄 수 있는 사람이다.
특히 ‘글을 쓴다’는 건 낯설고 어색했다.
그림은 오랫동안 그려왔고 보여주는 데에도 익숙하지만, 작정하고 쓴 글을 누군가 읽는다고 생각하면 괜히 멋을 부린 것 같아 민망하고, 낯이 뜨거워졌다. 그럼에도 자타공인 ‘김작심삼일’인 내가 중간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오롯이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누르며 응원해 주신 몇몇 분들 덕분이다.
그 따뜻한 격려들이 생각보다 더 큰 힘이 됐다.
그림에 글을 더하는 작업은 나에게도 의미 있는 시도이자, 값진 경험이었다. 기록이라 부르기엔 조금 거창하고, 작업노트라 하기엔 감정이 앞서지만, 어쨌든 내 식대로 차근차근 걸어온 여정임은 분명하다. 그 시간 속에서 느낀 설렘과 고민들이 앞으로의 창작에도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줄 거라 믿는다.
이제는 잠시 숨을 고르며, 그림에 어울릴 글들을 다시 다져가는 여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언가를 내보내는 것만큼이나, 채우고 정리하는 과정도 중요하니까.
다른 브런치북 <그림으로 먼저 읽는 문장들>도 곧 마무리할 예정이지만,
<글과 그림의 한 페이지>는 가능하면 완결 없이 오래 이어가고 싶다.
<몽글몽글 그림말>도 '2'를 달고 언젠가 한번 더 선보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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