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_올빼미 생활이여 안녕!

by 찬H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단 한 번도 개근상을 놓친 적이 없다.

그런 내가 외부의 통제가 있어야만 무너지지 않는 인간이라는 걸 깨달은 건,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였다.


학교가 집에서 멀어, 입학하자마자 바로 기숙사에 들어갔고, 엄격했던 엄마와 재수학원 사감 선생님 등 나를 통제해 주던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진 현실에 적응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다스리는 방법도 몰랐기에, 그때를 기점으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멋대로 날뛰는 나날이 이어졌다.

하루 걸러 선배, 동기들과 밤늦도록 술을 마셨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수업에 들어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급기야 룸메이트들과 방에서 몰래 술을 마시다 걸려, 기숙사에서 퇴실당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기숙사에 있을 때는 수업만큼은 빠지지 않았는데, 통학을 하면서 자체 휴강은 습관이 되어버렸다. 전공이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은 점점 확신으로 굳어졌고, 학과 공부에도 도무지 정이 붙지 않았다.

이 막장 같은 흐름에 잠깐이라도 제동을 걸어보자는 마음으로 휴학을 결심했다.


그즈음부터 밤에 깨어 있고 낮에 자는 날들이 반복됐다.

약 12년간 새벽 4-5시에 잠들고, 해가 기울 무렵에야 일어났다. 바깥 소음이 거의 없는 시간대에 유독 집중력이 올라갔고, 그림도 잘 그려지는 등 나름의 효율이 있었기에 그 패턴에 익숙해져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가끔은 뒤바뀐 생체 리듬을 바로잡아 보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계속 평균 체중을 유지했고, 체력이나 건강에도 큰 이상이 없어서 별다른 위기감 없이 그렇게 지냈다.



그러다 전환점이 찾아왔다.

엄마가 운영하던 가게를 확장하게 된 일이 그 계기였다.

예전에는 혼자 오픈하는 데 무리가 없었지만, 판매 품목이 늘어나며 준비에 손이 더 필요해졌고, 프리랜서라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는 내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도왔다.


처음엔 여전히 새벽에 자고 아침에 겨우겨우 일어났는데, 점심때가 되면 어김없이 졸음이 밀려와 버티지 못하고 또 잠들기 일쑤였고,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정신을 차렸다. 이렇게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게 너무 비효율적으로 느껴져서, 결국 하루 일과를 완전히 새롭게 짜기로 마음먹었다. 밤 11시 반이면 무조건 침대에 눕고, 1시 전에 잠드는 걸 목표로 삼았다.

그렇게 시작한 루틴이, 2025년 6월 20일을 기점으로 딱 1년이 되었다.

이쯤이면 올빼미였던 과거의 나에게는 슬슬 작별을 고해도 되지 않을까.


가게 일을 돕고 돌아오면 10시 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딴짓을 하다가 오후 2시쯤에야 태블릿 펜을 잡는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도 마음이 자꾸 흐트러진다. 이러니 새벽의 고요함과 깊은 몰입의 시간이 전혀 그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다.

하지만 지금의 낮 생활에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엄마와 팔짱을 끼고 집을 나서는 아침.

수다를 떨고, 장난을 주고받으며 발을 맞추는 익숙한 골목길.

가게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엄마의 야무진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

숫기 없는 나에게도 늘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가게 이웃들까지.


그 순간들만으로도 밤의 그리움을 충분히 잊을 수 있다.

엄마는 귀찮다며 따라오지 말라고 괜히 툴툴대지만, 나는 이 일상을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다.


새벽의 어둠 대신 아침 햇살 아래서 걷는 그 시간이,

이제는 더 따뜻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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