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의 아침식사에 대하여
여행객의 아침식사에는 무언가 특별함이 있다. 적어도 나로서는, 학교를 가거나 출근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아침식사를 하는 일은 상당히 드물다. 그래서 나에게 아침식사란 그저 일을 위한 에너지 비축, 배에서 꼬르륵 소리를 지우는 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일종의 사전작업에 불과했다.
그러나 여행지에서는, 여행하기 위해 아침식사를 한다. 어쩌면 식사 자체도 여행이 되어버리는 것이어서, 온전히 식사를 위한 식사를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여행지에서 아침을 먹는 일은, 일상에서의 기대감 없는 관성적인 아침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어서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그간 점심약속, 저녁약속은 있어도 아침약속이라는 것은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쩌다 조식시간이 상대적으로 초라한 시간이 되어버렸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일상을 벗어나는 특별한 이벤트 같은 것들은 주로 아침에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여행지에서 조식을 먹을 때면, 무언가 이상하다라는 느낌이 들만큼 묘한 기분이 든다.
오전 8시, 호스텔 1층에서는 아침을 먹는 소리—라고 해봤자 식기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사실 메뉴 자체는 특별할 만한 게 없었다. 나는 나이프로 초코잼을 발라 식빵을 한 입 베어 물고는, 퍽퍽해진 목을 차가운 우유 한 모금으로 적시며 오늘 하루에 대해 생각했다. '인터라켄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까, 아니면 스위스패스도 있는데 기차 타고 어딜 갔다 올까...' 유리컵을 감싸고 있던 손가락이 고민의 리듬에 맞춰 까딱거렸다.
(캐리어 바퀴가 세차게 굴러가며 요란한 소리를 내고, 뜀박질하는 발소리가 울려퍼진다.)
하마터면 라우터브루넨으로 향하는 기차를 놓칠 뻔했다. 더군다나 막판에 플랫폼을 헷갈리는 바람에, 정신없이 뛰느라 아침밥을 다 토해낼 것 같았다. 숨을 헐떡이며 기차에 올라타자 차창 밖으로 1월의 설경이 덜컹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20여분을 달려 라우터브루넨역에 기차가 멈춰 서고, 출구를 찾아 한참을 헤매던 나는 십여분이 지나서야 겨우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바깥의 날씨는 맑지도 흐리지도 않았다. 나는 마트에 들러 에비앙 한 병을 사들고는 트뤼멜바흐 폭포로 향했다.
폭포로 가는 길은 한산했다. 그래도 명색이 관광지인데, 비수기라 그런지 마을이 텅 비어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곳을 여행한다는 것에는 일종의 모험적인 성격이 있어서, 끝없이 펼쳐진 길을 따라 걷는 내내 마치 다큐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자유롭다는 느낌과, 동시에 아주 고독하다는 느낌이 교차했다.
저 멀리 트뤼멜바흐 폭포가 보인다. 폭포에 대한 나의 솔직한 인상은, 생각보다 물줄기가 여려 보이는다는 느낌이었다. 겨울의 영향도 있을 터이지만—여름의 트뤼멜바흐 사진을 보면 조금 더 물줄기가 세차다—아무래도 생각만큼은 아니다, 라는 실망감이 들기도 했다. 사실 폭포를 제대로 보려면 동굴 입구로 들어가야 했지만, 1월에는 개장을 하지 않아 들어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사실 폭포보다는, 데이비드 호크니가 그린 것 같은 통나무 더미들만 눈에 들어왔다.
폭포를 지나 길을 계속 걷는다. 목적지는 없었다. 눈앞에 보이는 노란색 아웃도어를 입은 외국인 부부 두 명을 따라 걸을 뿐이었다. 어디로 가는지도,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스위스 현지의 시골을 보는 듯한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빨간 창문 덮개가 달린 샬레나, 작은 양목장이나 닭장 같은 것들을 보면서.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너무 멀리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걸음을 돌렸다.
역 근처 마을에 다다르자—이유는 모르겠지만—건너편 산가에는 구조헬기가 밧줄을 내리고 있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보았지만 역시나 인적이 드물었다. 겨울에 나뭇잎이 떨어지듯 마을을 찾는 사람들의 수도 우수수 떨어져 나간 것 같았다.
마치 영화 세트장을 구경하는 듯한, 그 정도의 한산함이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샬레들, 차도 잘 다니지 않는 도로와, 설산과 암산을 보면서 어쩐지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혼자, 라는 느낌이 짙어졌나 보다.
적막한 고요 가운데, 저 멀리 다리를 따라 지나가는 기차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