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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halo Oct 14. 2021

서른일곱 번째 날.

다다른 그 땅, 포르투갈

A said : 

 

7. 29 Lisbon AM 07 : 19


 T형도 없고 멍하니 테라스에 앉아 있는데 불쌍해 보였는지 꽤나 친해진 Javi가 말을 걸어온다. Javi는 포르투갈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호기롭게 리스본에 도착해 이 곳 호스텔에서 일하고 있는 스페인 친구다. 말을 걸어온 Javi를 필두로 테라스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한다. T형과 함께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크지 않던 호스텔의 어느 구석에 들 그렇게 숨어있었는지 신기하다. 골고루도 모인 국적의 사람들이 북적댈 즈음, 가장 한가로워 보이던 호스텔 주인이 밤마실을 나가자고 제안한다. 얼떨결에 따라간 골목길에는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흥으로 넘쳐난다. 좁은 골목길을 메우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새어 나오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다. 각자의 손들은 큰 맥주잔부터 작은 잔까지 뭐든 들린 채 취기에 젖어 있다. 


 입을 헤 벌리고 있는 모습이 웃겼는지 Javi가 웃으며 맥주잔을 건넨다. 관광객보다는 대부분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말에 벌어진 입이 더 벌어진다. 어째 피부색이 같은 사람도 잘 안 보이고 그나마 잘 알아듣던 영어가 하나도 들리진 않긴 한다. ‘음악에 제일 안 어울리는 춤추는 사람이 벌주 마시자.’ ‘우리 게임하자, 외국인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 1점씩 얻는 걸로.’ 다들 손에 들린 맥주를 마시며 실없는 말들에 낄낄댄다. 옆에 있는 친구들이나, 지나가며 모를 말과 함께 손뼉을 마주치는 사람들이나 넘실대는 엉덩이들이 쉴 줄 모른다. 같이 다니던 이태리에서 온 친구가 어깨동무를 하고 취기가 가득한 입김을 내쉬며 이야기한다. 


넌 한국에서 왔고 난 이태리에서 왔는데 지금은 여기에 같이 있어. 참 대단한 우연 아니야?


 평소 같았으면 낯간지럽고 민망했을 이 한마디가 뒷목을 스쳐간다.

 동 틀 무렵 겨우 숙소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비행기 시간도 여유가 있어 취기에 기대 눈을 좀 붙여 볼까 싶지만 정신은 말짱하다. 옆의 침대에선 Javi가 밤새 입던 옷 그대로 입을 헤 벌린 채 세상모르게 자고 있다. 턱 괴고 비스듬히 누워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한참 그러다 불현듯 일찍 출발이나 해야겠다 싶어 주섬주섬 짐을 챙긴다. 간단히 Javi에게 남기는 작별 인사의 메모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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