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이어지는 층간소음 생존기
천장을 울리는 웅웅 거리는 소리에 스마트폰 화면을 보니 새벽 1시.
아, 분명 나는 11시 30분부터 자려고 누웠는데 결국 저 소리에 잠들지 못했다.
새벽 1시에 건조기를 돌리는지, 세탁기를 돌리는지, 그것도 아니면 청소기?
정확한 정체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계속 웅웅 거리는 소리가 난다는 거다.
윗집은 분명 집을 휴식처가 아니라 공방처럼 쓰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망치질 소리며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하루 종일 들릴 리가 없잖아.
층간소음 때문에 사람이 미친다는데, 정말 겪어보지 않고서야 모를 일이다.
얼마나 사람 정신을 쏙 빼놓는지.
우리 가족이 이 집에서 산 지도 어느덧 25년.
우리 가족이 이 아파트에 머무는 동안 윗집은 몇 차례 바뀌었지만 단 한 번도 평화는 없었다.
첫 번째 이웃은 새벽 2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믹서를 돌리고 베란다 청소를 했다.
베란다와 가까운 방을 쓰는 나는 새벽 2시에 물 내려오는 소리가 들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참다 참다 폭발해 윗집에 올라가면 그 아주머니는 문을 열자마자 "우리 집 아닙니다!" 하고는 다시 문을 쾅, 하고 닫았다.
아니, 나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내가 왜 올라왔는지 마치 다 안다는 듯, 그러나 고칠 생각은 절대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듯한 단호함.
아래층에 사는 게 죄라도 되는 양, 그 소음을 받아내고 있으려니 예민하지 않은 사람도 예민해질 지경이다.
그 사람들이 떠나고 두 번째 이웃이 이사 왔을 때는 손자들이 문제였다.
할아버지 할머니 눈에는 귀여운 손자겠지만 주말마다 우다다다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내 입장에서는 그저 소음유발자다.
이리 우다다다, 저리 우다다다 뛰는 게 마치 고양이의 우다다다 타임과 같았다.
주말마다 반복되는 우다다다 소리에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게 어려울 정도였다.
조금만 조심해 달라고 찾아가면 돌아오는 답은 늘 한결같았다.
"아이들은 원래 뛰어다니는데 어쩌겠어요."
맞다. 어쩌겠는가. 나도 어릴 때는 뛰어다니며 놀았는데.
그런데 조금만 조심해 줄 수는 없는 걸까.
세 번째 이웃이 왔을 때 나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했다.
그 부부는 새벽마다 악을 질러가며 싸웠다. 세상에 자기들만 사는 것처럼.
그들의 악에 받친 소리는 우리 집까지 너무나 생생하게 잘 들렸다.
19금 욕설부터 서로를 상처 주고 비난하는 말까지.
층간소음으로 정신병에 걸린다는데, 너희가 그 끝판왕이구나.
나는 결국 조용히 112에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가정폭력 의심됨. 10분째 싸우는 중'
그 세 번째 이웃까지 나간 후, 이제야 평화가 찾아오나 했는데 망치질과 기계 소리로 무장한 이웃이라니.
항의하러 찾아가면 이제 철가면을 쓰려고 작정이라도 한 듯, 아예 문을 열어주지도 않는다.
사람 약 올리는 듯 찾아갈 때만 잠시 기계를 끄고 망치질을 멈춘다.
아랫집의 항의나 쪽지는 불법이라고 하니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소음이 들리면 '또 시작이네, 짜증 나게'라는 말 밖에는 할 수 없는 게 너무나 화가 난다.
인터넷에 층간소음으로 얼굴 붉히는 이야기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온다.
댓글은 늘 비슷하다. 이해한다는 반응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
가끔 이런 댓글은 '뭐 어쩌라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그렇게 예민하면 주택 가서 살아야지.
그래, 사람이 모여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있을 수 있지.
그런데 이 비정상적인 소음, 밤 12시 이후로 들리는 소음이 정상적이야?
누가 그걸 몰라서 하는 말도 아니고. 돈이 넉넉하면 나도 벌써 단독주택 가서 살았지.
저런 말은 정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늘은 조용히 잠들 수 있으려나.
가끔은 이런 생각마저 든다.
아파트 사는 내가, 아랫집 사는 내가 죄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