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불꽃을 보던 새벽

찬란함과 그림자, 그 사이에 머문 나

by 챤현 ChanHyeon

가장 찬란한 순간 사라지는 불꽃처럼

나는 가끔 내 삶도 가장 행복하고 화려했던 순간 끝나기를 희망한다.

도망치듯 사라지는 게 아닌, 마지막까지 화려하게 빛난 후 연기처럼 흩어지는 그런 삶을.


나는 나이 들어가는 게 점점 두렵다. 아니, 무섭다.

어린 시절의 나는 내 미래가 마냥 행복할 줄 알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고,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일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앞으로 펼쳐질 40대, 50대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

단단하게 뿌리내리지 못하고 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 씨앗처럼, 나는 내 삶과 미래가 자신 없다.


가장 행복하게 웃었던 건 언제가 마지막이었을까.

걱정 없이 다가올 내일을 상상하며 눈감았던 건 언제가 마지막이었을까.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불안은 내 어깨를 짓누른다.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그렇게 무게를 더하며 쌓여가는 불안.

그래서 가끔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새벽의 어둠을 가른다.


이 도시는 어딜 가나 사람이 너무 많아.

텅 빈 곳을 찾을 수 없는 도시, 나 하나 온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 있을까.

그렇게 나는 모두가 잠든 새벽, 조용히 바닷가로 향한다.

고민이 많거나 잠이 오지 않을 때면 나는 가끔 바닷가를 찾는다.

이 도시가 유일하게 고요를 허락하는 순간, 새벽에 사람이 드문 바닷가로.


11월의 공기는 비흡연자인 내 입김을 담배연기로 만들어준다.

근심과 걱정을 한가득 담은 한숨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오면 곧바로 흩어진다.

모래밭 가장 어두운 자리를 찾아 앉아보면 파도 소리가 귓가에 스며든다.

화려하게 빛나는 광안대교의 불빛이 지금 내가 앉아 있는 모래밭과 대비를 이룬다.

지금 나는 가장 어두운 곳에 앉아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곳을 바라본다.

이 빛의 대비가 마치 내 삶과 닮아 있는 것만 같다.


모래밭에 앉아 보이지 않는 파도를 보며 감상에 젖고 있으면 저 멀리 불꽃 하나가 하늘로 솟는다.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서 펑, 하고 터지며 서서히 사라지는 불꽃.

나는 그 짧은 포물선을 보며 내 삶도 언젠가는 서서히 사라지리라 믿는다.

갑작스러운 끝이 아닌, 서서히 사라지는 연기처럼.


내 불꽃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내 곁에 머물러주세요.

나는 불꽃, 화려하게 타올라 재만 남을 불꽃.

아무도 듣지 않을 말을 가슴속으로 하며 사라진 불꽃, 그 자리에 시선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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