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에 관하여

연락처 목록에서 시작된 작은 파도

by 챤현 ChanHyeon

아무 생각 없이 연락처를 훑어보다가 마음이 괜히 싱숭생숭해졌다.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 이름들, 한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서로의 일상을 주고받던 사람들이 어느새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있었다. 당연하게도, 나는 그걸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 이름들에서 손가락은 멈췄고, 나는 또 예전의 습관 같은 생각이 슬며시 올라왔다.

'우리 사이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걸 보면, 나는 사람에게 은근히 집착하는 편이다.


매일 연락하고 붙어 있으려는 건 아니다.

다만 한때 영원할 거라 믿었던 사이가 갑작스럽게 변했다는 게 슬플 뿐이다.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이런 곳에서도 실감 날 줄이야.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그 계기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어릴 때부터 늘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던 것 같다.

요즘은 모든 사람에게 좋게 보일 필요도 없고, 모든 관계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마음을 바꾸는 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가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소통이 줄어든다.

그런데 나는 그 조용한 시간의 간격을 잘 참는 성격은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먼저 연락하는 건 또 조심스럽다.

상대방이 멀어지고 싶어서 연락하지 않는 걸지도 모르는데 내가 괜한 짓을 하는 걸까.

이렇게도 생각해 보고, 저렇게도 생각해 본다.

결국 자꾸 더 깊은 아래로 추락하는 것만 같다.


사이의 온도는 늘 변한다.

몇 년을 함께 해도 한 순간 식어버릴 수도 있고, 갑자기 불타오를 수도 있다.

이제는 안다. 집착은 어쩌면 나에게 자신이 없어 남을 붙잡으려 했던 마음이라는 것을.

그래도 가끔은 한때나마 최선을 다했을 인연이 폭풍 앞 모래처럼 사라지는 게 슬프다.

어쩔 수 없겠지만, 오늘이 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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