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살기 위한 반강제의 지혜
백수로 지내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소비를 최소화한다는 점이다. 당연하다. 장전할 총알이 없는데 어떻게 마음대로 쏘고 다니겠는가. 충동구매를 좋아했던 내가 섣불리 지갑을 열지 않게 된 건 백수로 지내며 체득한 삶의 지혜랄까.
미니멀라이프는 나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예쁜 쓰레기를 누구보다 사랑했고, 지금 당장 필요한 게 아니더라도 할인하고 있거나 왠지 모르게 가져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면 그냥 샀다. 어차피 매달 월급이 따박따박 들어오는데 뭐가 걱정이야? 이런 태평한 소리도 하면서.
그런 내가 지금은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몇 개월은 고민한다. 한정된 돈으로 최대의 행복과 만족을 느끼려면 최대의 고민 끝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결제하지 않은 수많은 물건들은 내 최대 행복을 아직 보장하지 못한다. 예전 같으면 그냥 마음에 드는 걸로 대충 두세 개 샀을 텐데, 지금은 작은 것 하나에도 신중해진다. 후회하고 싶지 않으니까.
이렇게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게 되면서 좋은 점도 있다. 일단 충동구매를 줄이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지금 곁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알아간다는 점이다. 또 사면되지, 하며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가진 것들, 내 곁에 있는 것들이 소중하고 아껴야 하는 대상임을 조금씩 깨달아간다. 장전할 총알이 좀 부족하면 어때. 조금 돌아가면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