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억을 찾는 이유

지금도 언젠가는 그리워할 과거가 될 수 있기를

by 챤현 ChanHyeon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돌아가고 싶은 과거를 떠올릴 때가 있다.

삶이 습기를 잔뜩 머금은 이불처럼 나를 짓누를 때면 나는 어김없이 과거를 추억하며 그 속에 숨는다.

최근의 과거가 아니라 더 오래된 과거로 숨는 걸 보면 내 삶은 꽤 오래전부터 버거웠던 걸지도 모르겠다.


2015년, 사귄 지 2년 된 대학 친구와 오사카 여행을 갔다.

알고 지낸 시간이 길지 않았지만 우리는 꽤 잘 맞았다.

계획 짜기를 좋아하는 친구와, 계획을 귀찮아하는 나.

여행에서는 이런 조합이 꽤 잘 맞고 안정적이다.

친구가 짠 일정에 나는 자연스럽게 따라갔고, 친구도 내 속도에 맞춰 여행했다.


우리는 친구가 준비한 5박 6일 일정을 즐겼다.

하루에 한두 곳의 관광지를 보고, 맛집에서 인기 메뉴를 주문했다.

시간이 남으면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사람들의 일상을 눈에 담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엔 줄 서서 사 먹는 파가 잔뜩 올라간 타코야끼를 포장해서 오곤 했다.

낯선 곳에서의 하루는 이상하게도 평온했다.

여행은 내 삶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세상에 떨어지는 것과 같다고 여긴다.

매일이 내 삶에서 한 발짝 멀어진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빛나던 시절이어서 그럴까.

그 이후로도 여행은 몇 번 갔지만, 그날의 기억만 자꾸 떠오른다.

직접 번 돈으로 떠난 해외여행,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친구, 하루의 끝에 느끼는 작은 충만함.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가벼웠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과거를 자주 찾는다.

그 시간 속에서 지금의 내가 잊고 있던 감정들이 남아 있으니까.

현재가 버겁고 힘겨울수록 더 생생해지는 건 결국 과거의 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지금도 언젠가는 과거가 될 텐데, 그럼 미래의 나는 지금을 그리워할까?

미래의 내가 생각하는 지금이 끔찍한 과거라면 정말 싫을 것 같다.

그래서 하루를 조금 더 채워서 살아가고 싶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그 시절도 괜찮았네'라고 말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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