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쉬워도 상처는 오래 남는다

댓글 한 줄이 주는 아픈 상처

by 챤현 ChanHyeon

익명은 과연 좋기만 할까?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고정된 닉네임조차 필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쏟아낸다. 익명이 가진 장점은 바로 그 지점이다.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적을 수 있다는 것. 덕분에 숨겨져 있던 업체의 비리가 폭로되기도 하고 감추고 싶던 사람의 악한 모습이 들통나기도 한다. '익명의 제보'라는 말이 특별하게 들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기능이 좋은 기능으로만 작동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 익명을 선하게 사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에 서 있는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요즘은 그 무게가 한쪽으로 과하게 치우쳐 있다는 느낌마저 받는다. 커뮤니티나 유튜브 같은 익명 기반의 공간을 조금만 둘러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댓글은 점점 과격해지고 표정은 점점 구겨진다.


최근 내가 가장 싫어하게 된 단어가 있다. 악의를 품고 있는 모든 단어가 거슬리지만 특히 싫은 건 바로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이다. 저 표현이 등장한 이후, 사람들은 불만이나 고충을 쉽게 꺼내지 못하게 되었다. 어떤 이야기를 꺼내도 댓글에는 '누칼협'이 달린다. 물론 그 댓글처럼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아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또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나 해야 하는 일이면 불평조차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타인의 힘듦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밀어내기 바빠졌다.

과격한 표현이 너무 쉽게 쓰이는 현실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때로는 댓글창을 괜히 봤다는 생각도 든다. 세상이 전체적으로 팍팍해진 탓일까.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려면 나에게도 여유가 필요하다. 다들 버티느라 바쁜 세상에서 '징징거리지 말라'는 의미로 저런 단어가 쓰이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표현은 사람을 무안하게 만들 뿐이고, 악감정만 생기게 할 뿐이다. 우리는 과격함에 어느새 익숙해지고 있다. 나는 어설픈 위로를 하느니 차라리 그냥 넘어갈 때가 많다.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사람에게 굳이 날 선 말을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댓글을 달지 않는다.

혹시 누군가 내 댓글을 내 의도와는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고, 상처받을 수도 있다. 익명이라 눈치 보지 않고 아무 말이나 한다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눈치를 많이 본다. 익명이라고 해서 내가 쓴 댓글이 내 것이 아닌 건 아니니까. 댓글을 달기 전에는 항상 생각한다. 지금 당장 댓글을 달 필요가 있을까? 어쩌면 익명의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누칼협' 같은 단어를 휘두르며 타인에게 상처를 주느니, 조용히 지나가는 게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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