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는 인연에 대하여
28명.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 적힌 숫자.
넉넉한 숫자 같아 보여도, 이마저 진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한때 친구가 많다는 게 참 부러웠다.
그러나 내 성격상 친구를 많이 사귀어도 그들에게 모두 똑같이 마음 쓸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좁지만 깊은 관계를 추구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지냈는데 28명이라는 숫자를 보고 있자니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다.
영원한 건 없다.
특히 인간관계가 그렇다.
초등학교 시절 '어른이 되어도 계속 연락하고 지내자'라고 말하던 아이는 이제 생사조차 모른다.
대학교 시절 서로를 특별한 별명으로 부르던 동기는 군대를 다녀오고 나니 연락처가 바뀌었다.
왜 나는 오래가는 인연이 없는 걸까.
누군가 내 곁에서 멀어질 때면 나는 그 이유를 내 안에서 찾곤 했다.
내가 뭘 잘못한 게 있나.
내가 혹시 서운하게 했을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내 성격에 문제일까.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알겠다.
그냥 딱 거기까지였던 인연이었을 뿐이다.
평생 함께할 것만 같던 인연도 돌이켜보면 분위기에 휩쓸려 순간의 다짐을 했던 것뿐이었다.
대학시절 함께 수업 듣던 한 학년 위 선배가 있었다.
타지에서 와 자취하던 그는 아르바이트로도 생활비가 빠듯하다고 했다.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사니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그에게 쌀이나 반찬을 가끔 주기도 했다.
엄마는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라고 했지만, 타지에서 끼니를 거르는 심정을 아니 결국 더 챙기라고 하셨다.
선배는 그 당시 고마워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취업을 타지로 하게 된 선배는 그 이후 연락이 끊겼다.
사는 게 바쁘겠지, 나도 일하느라 바빴으니 이해했다.
나중에 함께 알던 지인에게 들은 바로는, 선배는 가끔 내가 사는 지역으로 내려왔다고 했다.
자신의 동기들만 만났을 뿐, 나에게 연락할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다.
무언가 베풀면 그게 꼭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줬으면 끝.
그럼에도 서운한 감정은 계속 입가에 남아 씁쓸한 맛을 남긴다.
인연이란 도무지 예측할 수 없고, 속 깊은 호의를 쏟아도 남는 게 없다는 걸 그때 배웠다.
직장동료는 더하다.
퇴사하고 나면 남보다 더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나는 그래도 직장동료들과 잘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그 역시 내 착각이었나 보다.
굳이 성별을 나눠 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저 남자 동료들은 결혼한 사람이 없어서 비교할 수 없을 뿐이다.
결혼한 여자 동료들은 결혼식 이후로는 연락이 점점 희미해지더니 이내 완전히 끊겼다.
살림하랴, 육아하랴 바빠서 연락을 못한다고 하기에는 SNS는 언제나 불타오른다.
매일 새로운 아기 사진을 올라오고 프로필도 자주 바뀐다.
그냥 나에게 연락할 여유와 이유가 없을 뿐이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축의금 낸 이후 끊어지는 관계라니, 참 쓰고 떫다.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 나눴던 감정은 아무것도 아니었나 보다.
아마 내가 너무나 사람에게 거는 기대가 컸을 뿐이리라.
그래서 이제 멀어지는 인연이 있더라도 나에게서 이유를 굳이 찾지 않게 됐다.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딱 여기까지였구나, 하며 보내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