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울퉁불퉁한 날에

짜증이 옅어지는 방식에 대하여

by 챤현 ChanHyeon

밤 10시 30분, 욕실 청소를 마치고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쓴다.

늦은 밤에 무슨 청소냐고 하겠지만, 이건 나에게 필요한 일종의 의식이다.


나는 감정을 다스리는 게 조금 서툴다.

행복한 감정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슬픔이나 분노처럼 나를 힘들게 하는 감정이다.

이유가 있으면 오히려 덜 힘들다.

왜 슬픈지, 왜 화가 나는지 알면 그 원인을 곱씹어 보며 조금씩 누그러뜨릴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의 매듭이 풀려가니까.


가장 다루기 어려운 건 이유를 알 수 없는 짜증이다.

무슨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마음에 돋아난 가시처럼 감정이 솟는다.

오늘의 나는 이유 모를 짜증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려 했다.

뭐 하나 크게 잘못한 것도 없고, 오히려 무난한 하루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녁 식사를 마친 후부터 감정이 조금씩 검게 물들었다.


냉수 마시고 속 차리려고 해도, 심호흡을 해봐도 여전하다.

짜증은 손 끝에 묻은 끈적끈적한 음료수처럼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

그럴 때 내가 찾는 마지막 카드가 바로 청소다.

사실 청소도 하려고 마음먹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양치질하러 욕실에 들어갔다가 타일 사이에 낀 붉은 물때를 본 게 시작이었다.

아, 지금이구나.

고무장갑까지 야무지게 끼고 20분간 열심히 수세미질을 했다.


물을 뿌려 때를 모두 벗겨내니 타일이 새하얗게 변했다.

감정도 이렇게 깔끔하게 씻겨 내려가면 좋으련만.

새하얗게 변한 타일만큼은 아니지만, 감정도 조금은 풀렸다.


지금은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며 생각해 본다.

아까의 짜증은 도대체 뭐였을까. 지금도 여전히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면서 마음을 정리하고 있다.

내가 조금은 나아졌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면 충분히 잠에 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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