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결혼을 선택해야 했던 시대의 이야기
"아이구야...이제 계단 올라가는 것도 힘들다."
내 기억의 가장 끄트머리에는 가장 젊었던 엄마가 있다.
영원히 30대 후반으로 살 것 같던 엄마는 어느새 나라에서 정한 65세 이상 고령층을 앞두고 있다. 이제 바닥에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고 계단을 오를 때는 걸음이 느려진다. 조금이라도 무리하면 골지 않던 코를 고는 것도 나이와 관련이 있을까.
분명 엄마와 한시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데 엄마는 언제 이렇게 나이 드셨을까.
어제도, 그저께도 엄마는 항상 같은 얼굴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주름이 생겼지? 세월은 야속하게도 한 번도 즐겨보지 못한 엄마의 젊음을 빼앗아갔다.
지금이야 결혼 안 하는 사람이 많다지만, 엄마의 젊은 시절에는 결혼은 필수였다.
20대가 되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30대가 되기 전에는 결혼하는 게 일반적인 삶이었다고나 할까. 그 틀을 벗어나지 않기 위해 엄마는 그렇게 젊은 날 부지런히 삶을 견뎌왔을 것이다. 그 당연한 시대적 수순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거겠지만, 나는 가끔 궁금했다. 왜 엄마는 아빠를 선택했을까.
그래서 물어봤다.
"엄마는 아빠랑 결혼을 선택한 계기가 뭐야?"
그럼 엄마는 표정의 변화 없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왠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부모님은 중매로 결혼하셨다. 이것도 엄마의 젊은 시절에는 흔히 있는 일이라고 했다.
누구네 아들이 괜찮다더라, 누구네 딸이 참하다던데. 그렇게 엮이며 인생의 방향이 정해졌다. 소개팅이라고 하면 차라리 로맨틱하기라도 할 텐데, '중매'라는 단어는 왠지 인생의 중요한 일 중 하나인 결혼은 빨리 해치워야 할 무언가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엄마는 아빠로부터 반지를 받았다고 한다. 꿈에서.
그 꿈을 꾸고 나서 왠지 이 사람과 결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는데, 그 꿈은 현실이 됐다. 가끔 궁금해진다. 엄마는 과연 지금 행복할까? 내 삶보다 아내로, 엄마로 산 세월이 더 많을 테고, 며느리로 산 삶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을 것 같은데.
엄마도 꿈이 있었을 테다.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엄마에게 물어보면 "지금 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라고만 대답하시지만, 어린 시절의 엄마에게도 분명 꿈이 있었을 테다. 꿈 없이 사는 나와는 달리, 엄마는 꿈이 있어도 현실 앞에 다 종이비행기처럼 손에서 날려 보내야 했을 테다.
"엄마, 그 시대에야 결혼이 당연한 거였지만, 엄마도 꼭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한 거야?"
내 물음에 엄마는 답했다.
"그땐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았지."
그 말이 너무 담담하게 들려서 더 오래 마음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