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의 피맛

거절이 익숙해도 계속 글쓰기

by 챤현 ChanHyeon

제5회 오뚜기 푸드 에세이 공모전에서 탈락했다.

발표 날짜를 정확하게 세지 않았던 걸 보면 애초에 큰 기대는 없었나.

그러나 막상 실망하는 나를 보니 은근히 기대하긴 했었던 모양이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오묘하다.

나보다 글 잘 쓰는 사람이야 한 트럭도 넘칠 거라는 걸 알면서도 '혹시?' 하며 기대를 품는다.

나란 인간, 참으로 기대라는 걸 너무 쉽게 품는 존재.


부쩍 춥고 건조해진 날씨에 입술이 바짝 메말라 쩍쩍 갈라진다.

탈락 소식에 그 입술에서 피맛이 나는 것만 같다.

계절이 건조한 건지, 내 현실이 건조한 건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뭐라도 하나 합격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면 조금은 인생이 촉촉했겠지만, 글쎄.


요즘 나는 공모전이 보이면 참가하고 있다.

올해 5월까지 책 한 권 분량의 에세이를 완성해서 여기저기 투고하고 있는데 돌아오는 건 거절이다.

'저희 출판사와는 방향이 맞지 않아 출간이 어렵습니다.'

이 얼마나 확실하고 명료한 문장인지.

처음에는 메일을 열어보기 전 온갖 기대를 했지만 이제는 덤덤하다.

아, 또 거절이구나. 어쩔 수 없지 뭐.


거절에 익숙해진다는 건 과연 좋은 걸까?

솔직히 좋은 건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무기력하게 있을 수는 없다.

실패가 반복되면 내 마음도 서서히 굳은살이 박힌다.

덤덤하게 또 책상 앞에 앉아 짧은 글을 쓰며 마음을 다잡는다.


아직 뚜렷한 성과는 하나도 없다.

그래도 예전엔 '무슨 글을 써야 하지?' 하며 멍하게 있던 내가 이제는 브런치 글 한 편은 뚝딱 쓴다.

(사실 뚝딱은 아니지만 가끔 우기는 것도 필요하다.)


올해 꼭 이뤄야겠다고 다짐한 목표들이 있는데 이제 보니 다 못 이룰 것 같다.

아직 40일이나 남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렇듯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

그래도 글만큼은 멈추고 싶지 않다.

탈락에 익숙해진다는 건, 어떻게 보면 계속 도전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한 줄 남겨본다.

나란 사람, 계속 글 쓰고 싶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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