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자를 때면 깨닫는다

해보면 또 괜찮다는 것을

by 챤현 ChanHyeon

또 머리가 길었다.

거울을 보니 어느새 눈을 찌를 듯 앞머리가 아래로 내려와 있다.

지저분하게 제멋대로 뻗은 머리카락은 아침부터 부스스하다.

손으로 쓸어 넘겨보면 부드럽게 내려가지 않고, 턱- 걸리는 느낌이 든다.

아, 머리를 자를 때가 왔구나.

헤어샵 예약 페이지를 보니 마지막 방문이 9월 중순이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네.


머리를 자를 때면 나는 괜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 나는 줄곧 같은 스타일을 고수했다.

우연히 찾은 투블록컷이 나와 잘 어울렸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으며 자잘한 이유를 대자면 딱히 스타일링을 하지 않아도 머리가 괜찮게 나온다는 점과 다른 스타일을 시도하기에는 내 머리가 너무 크다는 점이 있다.

그래서 한동안 스타일을 바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이제 좀 다른 분위기로 바꿔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너무 한 가지 스타일을 오래 한 탓일까. 헤어샵에 가면 뭐라고 말해야 할지부터 막막하다.


유튜브를 보며 예쁜 헤어 스타일을 캡처해 본다.

사진을 보며 내 얼굴에 이 헤어 스타일이 어떨지 상상해 본다. 그리고 곧 고개를 떨군다.

이건 이래서 안 어울려, 저건 저래서 안 어울려.


결국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 헤어샵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어떤 스타일로 해드릴까요?"

원장님의 물음에 나는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사진 한 장을 보인다.

"이런 차분한 스타일을 해보고 싶은데 어떨까요?"

"음... 이건 볼륨매직을 해야 해요. 고객님은 곱슬기가 있거든요. 오늘은 일단 이 스타일에 가깝게 다듬고 다음에 볼륨매직을 하면 어때요?"

원장님의 능숙한 손놀림에 머리가 싹둑싹둑 잘려나간다.

40분 정도면 내 머리 손질은 얼추 끝난다.


슥슥 가위질 몇 번에 아까와는 전혀 다른 내가 거울 앞에 앉아 있다.

집에서는 금방이라도 어디론가 날아갈 듯 산발이었던 머리가 그의 손을 거치면 차분하게, 멋스럽게 바뀐다.

스트레스를 왜 받았는지 모를 만큼 기분이 금세 좋아진다.


한결 가벼워진 머리를 하고 거리로 나선다.

결국엔 그렇다.

스트레스만 받다 시도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아무것도.

해보면 깨닫는다. 생각보다 괜찮다.

헤어 스타일도, 나를 가로막는 고민도.

결국은 시도해야 넘어설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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