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보며 말해본다

믿진 않지만 믿고 싶은 밤

by 챤현 ChanHyeon

요즘 들어 나에게는 한 가지 습관이 생겼다.

저녁 7시쯤이 되면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에 나선다.

하루를 치열하게 보내던 사람들의 열정이 가라앉고 공기마저 차분해지는 시간.

나는 검정 후드 집업 한 장을 걸치고 색 바랜 모자를 눌러쓴 채 밖으로 나선다.


집을 나서 골목을 거닐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늘을 보게 된다.

같은 길을 걷는데 하늘은 날마다 조금씩 다른 표정을 하고 있다.

나는 흘러가는 구름을, 매일 다른 색의 하늘을 보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오늘따라 유난히 달이 둥글고 밝게 보였다.

그걸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슈퍼문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오늘따라 환하게 빛나는 달을 보고 있자니

왜 옛사람들이 달을 신성하게 여겼는지 문득 이해가 됐다.

짙은 남색 속 환하게 빛나는 달을 보고 있으면 괜히 소원을 빌고 싶어진다.

달에게 빈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건 알지만 어딘가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랄까.


나는 점이나 타로를 철석같이 믿는 편은 아니다.

종교도 없고 사주팔자나 운명에도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끔은 어딘가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게 아마 사람들이 달에게, 혹은 돌탑 앞에서 소원을 비는 마음이지 않을까.

무너질 듯한 현실을 붙잡고 싶은 마음에, 내일은 조금 달라지고 싶은 마음에.

나는 달을 두 눈 가득 담아 내 안에 삼키듯 소원을 빌어본다.


돈 많이 주세요. 성공하게 해 주세요.

이런 순진한 소원은 아니다. 대신 이렇게 빌어본다.

"의자에 진득이 앉아 글 쓸 수 있는 추진력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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