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그걸 꼭 한번 해보고 싶어

<오직 쓰기 위하여>_천쉐 지음, 글 항아리, 2024년

by 나는나

책 전체를 감싸는 빨간색의 겉표지가 ‘오직 쓰기 위하여’라는 제목만큼이나 결기 있게 느껴진다. 작가 천쉐가 글쓰기를 하기 위해 겪어야 했었던 험난했던 과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 책은 나에게 글쓰기는 왜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내가 글쓰기를 하기 시작한 것은 ‘한 달 한편’이라는 글쓰기 모임에 들어가고부터다. 물론 그전에도 블러그나 일기장에 가끔 끄적이긴 했으나 그것은 말 그대로 혼자만의 끄적임이었고, 글을 잘 써보고 싶다는 욕망은 있었지만 그건 그저 막연한 소망일뿐이었다. 그러던 내가 어느 날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엄마는 요즘 글쓰기가 너무 하고 싶어. 죽기 전에 그걸 꼭 한번 해보고 싶어.” 그렇게 말하고 나니 정말 내 마음은 글쓰기에 대한 열망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때쯤 이 책이 내 손에 쥐어진 것이다. 나는 문득 이것이 혹시 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과였다가 문과로 전과하여 대학에 간 것도 바로 인생 말년에 이런 꿈을 가지게 될 운명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 책은 자아도취 상태에 빠진 내 가슴에 정중앙으로 날아와 꽂힌 큐피드의 화살이었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글쓰기가 하고 싶어졌나 생각해보니, 그것은 바로 독서토론 모임과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면서 꾸준히 책을 읽고, 서툴지만 글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가 천쉐는 철저한 자기 절제와 반복적인 글쓰기 루틴을 통해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인 글쓰기를 계속 해나갔다. 그녀는 경제적으로 어렵고 병으로 인해 힘들었지만 그럴수록 더욱 필사적으로 글쓰기에 매달렸다.

내가 블러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된 것은 영화나 책을 보고 난 뒤 시간이 지나면 그때의 감동과 내 느낌들이 뇌리에서 감쪽같이 사라지는 마법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짧은 메모라도 남겨놓지 않으면 안되겠다라는 당혹감에서였다. 그러나 생각을 정리하여 글로 풀어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채고 금방 손을 놓았다. 그리고는 가뭄에 콩 나듯 글을 올렸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말과 글로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졌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야?”라고 한다고 해도 이제 남들의 판단이나 내 안의 자기검열은 무시하고 속 시원히 한번 토해내고 싶은 것이다.

천쉐는 자신의 글쓰기가 “생명의 핵심”(p8)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글 쓰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 것은 타고난 재능이 있어서도 아니고, 문학상을 받아서도 아니었다. 오히려 가족들과 친구들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고 결사적으로 반대했으며, 평소 존경했던 한 선배는 그녀에게 “그만 써, 너는 이 일에는 안 어울려. 앞으로 고생길이 훤히 보인다.”(p32)라고 충고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계속 글을 썼던 이유는 그 일 자체가 행복이었고, 누가 뭐래도 가장 신나고 즐거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글쓰기는 그녀에게 치유와 영감의 안식처였고, "나 자신이 되어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내 갈 길을 가는"(p11)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소망을 버렸다. 대신 ‘쓰고 싶으면 그냥 쓰는 거다!’라는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열심히 써보아야겠다’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내 의지가 약해질 때마다 동기를 부여해주고 자극이 되어줄 글벗들이 옆에 있으니 이번에는 쉽게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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