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클로드 그럼베르그의 <세상에서 가장 귀한 화물>을 읽고
'귀하다'라는 말은 주로 어떨 때 쓸까? 나는 문득 어린 시절 엄마가 오빠의 이름을 부를 때 앞에 붙이던 호칭이 생각났다. '금쪽같은 내 새끼, 보석 같은 내 새끼'. 오빠는 그야말로 딸 셋 가운데 청일점으로 보석처럼 빛났다. 그렇다고 딸들이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특별히 차별대우를 받으며 크지는 않았지만, 오빠는 장손으로서 특별했고, 지금도 여전히 가족, 친척들 대소사에서 큰 몫을 하고 있다.
이 책은 홀로코스토로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잃은 작가 '장클로드 그럼베르그'가 유대인 강제수용소 추모의 벽에 쓰인, 태어난 지 28일 만에 홀로코스트로 보내어진 쌍둥이 아기의 이름을 보고 영감을 받아 써 내려간 소설이다. 책은 마치 옛이야기를 하듯 시작한다. '옛날, 아주아주 커다란 숲 속에 가난한 여자 나무꾼과 가난한 남자 나무꾼이 살았어요.'(p9) 숲을 뚫어 생긴 철로 위에서는 정착지가 없는 화물열차가 '비인간'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태우고 끝없이 달린다. 열차는 역에 설 때마다 죽은 자를 버리고, 울음과 고통의 비명이 뒤섞인 채 계속 달린다. 갓 태어난 쌍둥이를 안은 부부는 두 아이 모두를 살려 낼 수 없다는 걸 깨닫자 한 아이라도 살리기 위해 기도숄로 싼 아이를 열차 밖으로 버린다. 나무꾼 여자는 버려진 아이를 기른다. 나무꾼 남자가 '비인간'의 아이를 저주하며 버리라고 하지만, 여자는 남자의 손을 아이의 심장에 가져가 지그시 누르며 말한다. "느껴? 느껴져? 이 작은 심장이 뛰는 게 느껴지지?"라고.
모두를 살려낼 수 없다면 우리는 '선택'을 해야한다. 영화 <칠드런 액트>에서 피오나 판사는 생사를 결정하는 판결을 내린다.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으로 생명을 지키거나 혹은 저버리려고 하지만, 그녀는 도덕이 아니라 법을 통해 선택을 한다. 인간의 생명은 명백히 소중한 것이지만, 역사적으로 인간들은 생명을 경시하고, 짓밟기도 했으며 혹은 차별적으로 대해왔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도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소설은 마치 할머니가 한 편의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편안하고 따듯하다. '전쟁과 고아'는 이야기의 소재로 흔히 사용되지만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내용이 아니라 '가치'라고 강조한다. 그것은 바로 '생명', '사랑'이라고.
남아선호사상이 그리 달갑지 않았던 어린 시절 나는 공부로 오빠를 기죽이곤 했다. 그 시절이 이제는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나이가 되고 보니, 전쟁을 겪었던 우리 엄마들과 할머니들이 아들을 귀하게 여겼던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한국출판문화진흥원에서 선정한 2022년 청소년 북토큰 추천 도서이다.
부모 세대와 조부모 세대를 넘어 증조부모 세대가 경험한 전쟁의 서사가 지금의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는 어떻게 읽힐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