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고
이 이야기는 18세기에서 20세기말까지 가톨릭 교회에서 운영하고 아일랜드 정부가 지원한 모자 보호소에 관한 이야기다. 이 보호소는 타락한 여성들을 수용한다는 명분으로 설립했으나, 성매매 여성, 혼외 임신을 한 여성, 고아, 학대 피해자, 정신 이상자, 성적으로 방종하다는 평판이 있는 여성, 심지어 외모가 아름다워서 남자들을 타락시킬 위험이 있는 젊은 여성까지 마구잡이로 수용했고, 교회의 묵인하에 착취했다. (옮긴이의 글 p.131)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영웅인 빌 펄롱 씨는 미혼모의 자식이었지만, 후견인과 돌봐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가난하지만 열심히 일했고, 자신의 자녀는 이름 있는 여학교를 무사히 졸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하며 가장으로서 일상의 기쁨과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거래하던 모자 모호소의 어두운 면을 알게 되고, 용기 있는 행동을 하게 된다.
이 책의 제목처럼 ‘사소한’ 행동이 아니라 ‘위대한’ 행동을 한 빌펄롱씨에게 우선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사소하지만 올바른’ 목소리를 내기가 사실상 어렵지 않다. 사람들은 SNS를 통해 혹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개인적 견해를 쉽게 피력하고, 익명으로 글을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펄롱이 살아가던 1985년의 아일랜드는 극심한 경제적 불황속에 정치적, 사회적으로도 혼란스러웠고, 서민들은 그저 납작 엎드려 지내야 했기에, 그의 결단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그것은 정부를 등에 업고 막강한 권력을 누렸을 가톨릭 교회에 대항한 정면승부였을 것이다.
펄롱은 계속 ‘사소한 것들’을 떠올렸다. 어릴 적 미시즈 윌슨 씨가 자신에게 글을 가르쳐 주었던 일, “윌슨씨는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으셨지”, “너에 대해 함부로 말한 적도 없고, 네 엄마를 심하게 부리지도 않았어.” 그리고, 늘 자신의 곁에서 구두를 닦아주고, 구두끈을 매어주고, 첫 면도기를 사주고, 면도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던 네드. 펄롱은 그 모든 나날들이 은총이었다고 말했다.
어느날 모자보호소에 석탄광에 석탄을 넣다가 그곳에 갇혀 있던 소녀를 보았다. 따뜻한 보금자리인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그 소녀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어느날 그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싶은 보호본능과 권력에 맞서려는 벅차오르는 용기를 동시에 느끼며 소녀를 데리고 나온다. 앞으로 겪게 될 고난과 고통이 어떤 것이든 이 소녀가 이미 겪은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리라 생각하며......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그 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 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펄롱의 목소리를 빌어 조용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