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 품 없지만

겨울에, 코로나시국에 <은의 길>을 떠났다 겪은 일

by 이프로


그땐 난 어떤

마음이었길래

내 모든 걸 주고도

웃을 수 있었나

그대는 또 어떤

마음이었길래

그 모든 걸 갖고도

돌아서 버렸나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 품 없지만

또다시 찾아오는

누군갈 위해서

남겨두겠소



잔나비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 품 없지만>


루머처럼, 악몽처럼, 남얘기처럼 떠돌던 <해외에서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고 언제 끝날지 모를 두렵고 떨리는 격리 생활과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PCR 검사를 견디게 해 준 것은 잔나비의 노래였다. 아직도 계속 귓가를 맴도는 이제는 익숙한 멜로디와 졸린 듯, 섹시한 남성 보컬. 알고 보니 이미 옛 노래가 되어버린 오래전 곡이었다.


3-3-3석 배열의 핀에어 헬싱키-인천 노선은 17:30에 예정대로 출발하여 채 30%도 안 되는 승객을 태운 채 인천공항에 정시 도착했다.

기내에서 내리자 염문 일으킨 배우를 기다리는 기자들처럼 검역 관련 관계자들이 방역복으로 무장한 채 늘어서서 다양한 제출 서류들과 <음성> 증명서, <접종> 증명서를 요구했다.


같은 일만 10년 이상한 듯한 능숙해 보이는 그들은 방심하지 않고 꼼꼼히 서류의 작은 글씨들을 확인하여 한 명 한 명의 입국 가능 여부를 더블 체크했다. 이미 한국의 강화된 검역 방침과 절차에 대해 예습한 한국인과 외국인들은 비장한 마음으로, 혹은 체념한 마음으로 서둘지 않고 검역관들의 지시에 순순히 따랐다. 아니면 또 어쩌겠는가…


“음성 확인서 주세요.” 아직 오전이라서일까, 지치지 않은 검역관이 잘 들리는 소프라노 톤으로 여행객을 맞는다.


94 마스크로 반 이상을 덮은 장시간 비행의 꾀죄죄한 얼굴이었지만 언제, 어느 순간에 미소를 지어야 나의 협조적 태도와 온순함을 검역관에게 잘 보여줄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은 거의 본능적이다.

그렇게 크게 세 번의 절차를 거치고 나자 통상 거치는 입국 시 세관신고서와 면세 물건 접수 같은 과정은 일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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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성공적으로 입국 절차를 마친 여행객은 자신의 최종 목적지에 따라, 방역 교통수단으로 갈 것인지, 지인이 자차로 데리러 올 것인지 여부에 따라 공항을 나서는 문이 코앞에 보이는 마지막 단계에 이른다.

나를 데리러 온 아내는 주차장에서 대기하다가 내 연락을 받고 금방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검역관에게 행복한 부부가 건강하게 재회했으니 이제 그만 공항을 떠나도 좋을지 여부를 묻고 너그럽게 끄덕이는 그를 뒤로한 채 공항을 나섰다.


이렇게 나는 <은의 길> 도중 감염된 코로나 전염병으로 여행 일정이 꼬인 채 헤매다가 돌아왔다.


나라에서 권고하는 접종은 다 받았지만 <될 수 있으면 자제해 달라는> 해외여행 자제 권고에는 <2년을 기다렸는데>로 응수하며 떠났다가 감염되어 낭패를 겪다가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귀국했다.

귀국이 끝이 아니라 다시 자가격리 수순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 시작점인 연고지 보건소에서의 입국 24시간 이내 PCR 검사는 갑자기 늘어난 신속항원검사 양성자들로 인해 접수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내 나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은 며칠을 못 잔 몸을 졸음에 헤매게 했으나 제대로 자리에 눕자 다시 멍해지며 지난 20여 일이 꿈결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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