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7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니 이번에는 해외입국자 자가격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두번의 자가격리 일정을 합치니 이번 여행 일정과 거의 맞먹는다. 어렵게 낸 휴가 시간을 이렇게 사용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다행인건 해외입국자의 자가격리 기간이 그나마 10일에서 7일로 단축되었다는 것.
인천공항에서의 치밀하고 효율적인 검역 단계를 거치면 자가용이나 방역택시, 방역 대중 교통수단 등을 통해서 자신의 숙소로 돌아오게 되는데 피곤하다고 쉬면 안되는게 도착후 24시간 이내 PCR검사를 한 뒤 관할 보건소의 담당 공무원과 연락을 해서 코로나 자가격리 앱을 휴대폰에 설치하고 정식으로 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내 경우는 도착한 2월 3일부터 전국에 어마어마한 속도로 오미크론 확진자들이 대거 늘어나고 있어서 검사 대기자들이 너무많았다.
집에 가방만 내려두고 선별진료소를 방문했지만 끝없이 이어진 대기줄을 보고 기가 질려서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배가 너무 고팠기 때문이다. 아내가 운전하는 옆에 앉아 마스크를 쓴 채 그동안 안부를 주고 받았다.
나는 내가 운전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아내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따로 집으로 오는 방법까지 생각했지만 검역관도 그 정도까지 요청하지는 않았다.
집에서는 점심 식사를 차려주려고 했지만 나는 짜장면이 너무 먹고 싶어서 배달을 시켜 먹었다. 밥을 먹고 나니 식곤증과 집에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졸음이 쏟아졌지만 검사를 하지 못한게 찜찜했다. 샤워를 한 후 검사 마감 시간을 한시간 쯤 남겨두고 다시 다른 지역의 선별진료소를 방문했다. 혹시나 인파가 좀 줄었을까 기대를 했건만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줄은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해외를 방문했다가 나보다 일주일 먼저 도착한 지인의 말에 의하면 해외입국자는 우선 검사 대상에 속하기 때문에 줄을 서지 않고 먼저 검사를 받게 해준다고 했었다. 검사 대기자를 정리하시는 분께 물어보니 우선검사자 줄이 따로 있기는 했는데 워낙 우선 검사 대상이 많아서 PCR검사자는 그냥 한줄로 선다고 했다. 내가 난감한 표정을 보이자 무슨 이유로 우선대상자냐고 물어보셨다.
해외입국자라니까 오늘은 늦었고 내일 일찍 오면 자기가 먼저 검사받게 해주겠다고 했다.
다음날 검사시작 시간인 9시보다 일찍 검사소를 찾았더니 어제 도와주신 분이 알아보셨다. 대단한 프로정신이다. 전날 오후 마스크를 쓰고 잠깐 대화를 나눈 사람을 기억하는 것이다. 9시가 안됐지만 먼저 검사를 받게 해주셨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보건소 담당 공무원이라면서 전화를 주셨다. 공항에서 받은 QR코드로는 자가격리 앱이 제대로 깔리지가 않았는데 담당공무원 코드를 입력하니 설치가 된다. 이제부터 휴대폰은 내가 지정된 장소인 내 집에서 벗어나는지 위치를 추적하는 기능이 상시 작동된다. 내가 할일은 격리 수칙을 잘 지키면서 하루에 두번씩 체온을 재서 격리 앱에 기록하는 것이다. 나는 화장실이 딸린 방을 사용하면서 가족들과는 따로 식사하고 접촉도 하지 않으면서 일주일을 보내야 한다. 3주만에 만난 가족인데 방문 사이로 아들과 안부를 주고 받았다.
다음날 검사결과가 나와야 할텐데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보통 문자메시지로 결과가 왔었는데 그동안 결과 전달 방식이 바뀐걸까.
점심 무렵 검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 결과가 음성도 양성도 아니라고 했다. 양성 판정을 받은 적이 있는지 묻길래 해외에서 양성을 받았다가 격리후 음성을 받고 돌아온 것을 밝히자 양성 결과서를 보내달라고 했다.
검사원은 격리 해제 전날 나는 다시 PCR 검사를 해서 음성 판정이 나와야 다음날 해제가 되지만 나같은 경우는 PCR검사 없이 해제 시간 되면 자유롭게 해제하면 된다고 했다.
이건 무슨 경우일까? 알것 같기도 하고 아무런 문서없이 구두로만 전달되는 것이 석연치 않았다.
나에게 자가격리 통보서를 보내준 공무원에게 문자를 보내서 어찌된 일인지 물었다. 얼마되지 않아서 담당 공무원이 전화를 했다.
그녀는 내가 별로 오래되지 않은 양성 판정자라서 검사를 하면 음성이 나오지 않을 수있기 때문에 검사 없이 격리 해제하는 것이라고 걱정말고 격리일까지 기다리다가 해제하면 된다고 안심시켜 주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구두로만 통보를 해준 거라 좀 아쉬웠다. (왜 아이폰에는 녹취 기능이 없는건지…)
어쨌든 두명의 코로나 관련 담당 공무원이 내 격리 생활과 해제에 관해 연락을 주었고 이후로 나는 졸다가 자다가 영화 보다가 먹다가 하는 무위도식 생활에 돌입했다. 오랜만에 누워 본 내 침대는 아늑했고 내 손길이 익숙한 물건들이 반가웠다.
한국에서의 자가격리는 스페인보다는 엄격한 편이라고 할수 있다. 외출을 하려면 병원을 가거나 PCR검사를 받기 위한 것 등 분명한 이유가 있을 때에 한하고 먼저 담당 공무원에게 허락을 구해야 한다. 이동은 도보가 아니면 자차를 이용해야 하고 대중교통은 안된다.
나는 별다른 외출 사유가 없으므로 계속 집에 머무르면서 영화를 보거나 유튜브를 보다가 지루하면 네이버 어른들의산티아고 카페에만 줄기차게 들락거렸다.
자가격리 보급품이 배송이 늦어진다는 메시지가 오긴 했었는데 6일차인 어제서야 집으로 커다란 박스가 배달됐다. 격리 하루만 더하면 끝인데...거실에서 물건들을 꺼내어 펼쳐보니 7일 혹은 20끼니 정도를 버틸 수 있는 식료품과 체온계 등 격리 생활용품들이 들어있었다.
격리를 마치면 읍면동 사무소를 방문해서 자가격리 생활지원금도 신청하라는 안내서가 들어있었는데 해외입국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가족 구성원 숫자에 따라 차등지급하는데 일주일 격리면 50만원 안팎이 지급된다고 한다.
이제 내일 격리 해제를 앞두고 있다. 격리가 풀리면 가까운 동네 산에 다녀오려고 한다.
지인들은 이제 내 몸에 슈퍼항체가 생겼을 거라며 이젠 코로나 걱정 없을 거라고 하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 마스크 잘 쓰고 조심조심 다닐 생각이다.
격리를 해외에서 한번, 국내에서 한번 했으면 이번 인생에서는 충분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