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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Apr 09. 2023

이상한 사람들이 많은 집단, 교수 사회

고소 고발이 일상다반사?

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함은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10년 이상을 연구하고 그 결과물이 세상에 발표되어 인정되었다는 것이니 '일가를 이루었다'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교수가 된 이후에도 대부분은 자신의 분야에 매진하여 계속 연구 업적을 발표하고 저술 활동을 하며 학회나 관련업계에 특허를 출원하는 등 전문활동을 활발히 이어간다. 이런 아카데믹하고 프로페셔널한 분야에서의 교수들은 자신의 역할들을 대개는 잘 감당하고 있으나 다른 직종과는 사뭇 다른 영역이 있으니 인성이나 팀플레이 같은 인화단결 부분이다. 


대체로 교수들은 자신이 소속된 학과나 전공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학과회의를 한다. 학과의 '주번'같은 일을 맡은 '학과장' 교수가 단과대학장이 주재하는 '학과장회의'에서 전달받은 내용과 공지사항, 한 주일 간 학과에서 일어난 일, 논의해야 할 일 등을 모여서 의견을 모으고 결정한다. 


교수는 임용 이후 자신의 연구실로 출근하여 전공 연구나 학과업무, 수업준비를 하다가 자기 수업을 하고 할 일을 다 했으면 집에 간다. 출근부가 있긴 하지만 그거야 조교가 처리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출근해서 자기 방으로 갔다가 자신의 수업을 마치고 자기 방에만 있다가 퇴근을 하니 일부러 나 학교에 왔다고 알리고 다니지 않는 한 어느 교수가 몇 시에 오고, 어느 교수는 오늘 오지 않은 걸 알아낼 방도가 없다. 

학교 직원 선생님들의 업무 시간이 주로 9시에 시작하여 6시에 마치게 되고 강의 시간표도 9시에 1교시를 시작해서 6시 전에는 웬만한 수업들이 끝나니까 교수의 일과 시간도 대충 그 언저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일이 많은 교수는 학교에서 밤을 새우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수업이 없는 날, 집에서 일을 한다면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수업이 있는 날은 수업 전에 도착해서 수업 준비를 하다가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도 있고 다른 연구나 업무를 더 하다가 가는 날도 있다. 말하자면 교수의 출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알아서' 왔다가 '알아서' 가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교수 각자가 출퇴근 요일도 다르고 나오고 들어가는 시간도 다르니 일주일에 하루는 학과회의 시간을 정해서 얼굴을 마주 보고 한 주간 일어난 일과 학교의 지시사항, 학사일정과 관련된 공지사항 등을 나누고 오랜만에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는 것이다. 


학과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자신이 소속된 학과의 교수들을 만나게 될 일이 별로 없다. 수업을 하러 오다가다 마주치는 일이야 있는데 그때야 인사나 하고 지나쳐야 하고 서로 요일이 다른 교수하고는 못 볼 때가 더 많다. 그래서 회의라지만 말 안 듣는 아들 얘기도 하고, 학회에 다녀온 얘기도 하는 등 동료 교수끼리의 안부도 전하기도 하는데 이런 학과회의를 아예 안 하거나 서류로 전달하는 학과들이 있다. 카톡이나 줌 등 비대면으로 하는 학과들도 있다고 한다. 코로나 때야 사정이 어쩔 수 없었으니 그렇다지만 평상의 일정을 찾은 요즘도, 그리고 코로나 이전에도 대면 회의를 거부하는 교수와 학과들이 있는 것이다. 

왜?

싸웠으니까. 불편한 사람, 꼴 보기 싫은 사람이 있으니까 그러는 게 대부분이다. 

교수들끼리, 특히 같은 전공 교수들끼리 불화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서로 임용 때는 뽑아 준 사람이거나, 혹은 자기와 지금 사이가 안 좋아서 얼굴도 마주치지 않으려는 그 사람을 뽑아달라고 학교 이사회나 총장 등 보직교수들에게 간청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스승과 제자 사이도 많고 죽이 잘 맞을 땐 형님, 누나 하던 사이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렇게 각자 서운하거나 삐진 일이 있어서 회의에서 안보는 정도면 약과다. 서로 고소 고발을 하는 교수들도 있다.


같은 학과 교수에게 고소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법원에 고발장을 접수하거나 판결이 진행 중인 교수들도 있다. 각자 자기 전공 영역에서는 '전문가'라고 불리며 이런저런 화려한 '업적'을 세운 고명하신 교수님께서 고소, 고발하는 사유를 들어보면 씁쓸하다. '직장 내 따돌림' '명예훼손' '모욕' '무고' 등 학생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운 형사 고발 사건들이 많다. 

한 학과에 교수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파벌이 형성된다. 

ㄱ파와 ㄴ파는 대체로 학부 출신 대학으로 나누어질 때가 많고 국립대와 사립대로 나누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학연으로도 모자라면 ㄷ파와 ㄹ파로 영남과 호남으로도 나뉘고, 나뉘었다가도 이해타산에 맞게 그때그때 재조정되기도 하니 국회의원 놈들 철새 노릇과 비슷한 구석도 있다.   


내가 보기에 교수사회에는 (다행히도) 일부이긴 하지만 참 다양하게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 

꼰대, 꼰대 하지만 정말 지긋지긋한 권위주의와 말도 안 되는 자기중심적 사고로 아래 연배 교수들과 보직 교수들에게 생떼를 쓰는 교수도 있고 인간성이 더러워서 마주치고 싶지도 않은 인성 테러범 같은 교수도 있다. 어떻게 교수가 됐을까 싶을 정도로 머리도 나쁘고 실력도 없는 교수도 있고 지독한 이기주의적 사고로 얌체짓은 혼자 다 하는 재수 없는 교수도 있다. 하는 말마다 거짓말이고 위선과 잘난 체 범벅인 자가 있고 조직폭력배나 쓰는 수법으로 학생을 매수하여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웃기는 작자도 있다. 


교수들은 또 자신은 양심선언이라고 주장하지만 남이 보기엔 '폭로'나 '배신'을 자주 하는 집단이기도 하다. 한동안은 이해타산이 맞았는지 서로 눈 감아주고 가려운 곳 긁어주던 사이였지만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거나, 기대했던 만큼의 이익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이 들면 야멸차게 상대방의 비리를 폭로하고 자신은 빠져나온다. '폭로'는 교수들 간에도 일어나지만 '애제자'로 불리던 석박사 과정 연구원이나 행정조교 등이 터뜨리기도 한다. 

여기저기에 뒤가 구린 교수들이 많은 것 같다. 교수들이 눈꼴사나운 고소고발 전을 벌인 끝에 어느 한쪽이 지게 되는 경우 벌금형이나 심하면 더 큰 벌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 학교는 규정에 따라 이런 교수들을 징계하게 되는데 그러면 해당 교수는 '교원소청 심사위원회'로 달려간다. 희한한 건 무슨 시스템인지 교원소청위는 웬만하면 교수 편을 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징계는 유야무야 되기 일쑤이고 '교수는 역시 철밥통'이라는 소리를 또 듣게 되는 것이다. 


일국의 장관을 지낸 교수 부부가 여식의 의대 지원 서류를 위조해서 다른 집 자식을 떨어뜨리며 자기 자식만 챙긴 것도 모자라, 아들의 비대면 입시시험을 돕는 부정행위를 거리낌 없이 저지르고도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하라는 연구나 수업은 대충 때우고 정치인들 꽁무니를 따라다니다가 한자리 얻으려는 정치인만도 못한 교수들도 상당수다. 기업에 빌붙어서 사외이사 자리 하나 얻으려고 창피함도 모르는 채 학교보다는 회사 출근에 열심인 교수들, 학교에 나와서 연구보다는 학교 이사진에 잘 보이려고 애쓰는 남다른 학교사랑을 보이는 교수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고소 고발에 능통하고 경험이 많다는 것이다. 학생을 사주하여 다른 교수의 발언이나 책 잡힐 만한 건들을 수집하면서 나 혼자 당하지는 않겠다고 밑도 끝도 없는 공상에 빠진 교수도 몇몇 봤다. 


"우리에겐 각자의 연구실이 아니라 다 함께 사용하는 교무실이 필요해."

언젠가 동료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다. 같은 공간에서 부대끼며 일을 한다면 아마 서로 반목하고 상대방을 고발하는 일이 좀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신임 교수부터 노교수까지 모두 각자 자신의 연구실에 고립되어 있다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이는 회의 자리에서나 소속 학과의 동료 교수를 대하는 시스템이 지속된다면 교수 사회의 인화단결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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