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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Feb 25. 2024

책 써서 돈 못 벌어요

올해 인세를 정산한 뒤 입금된 돈

올해도 어김없이 인세가 들어왔다. 

고마운 돈! 

작년에도 전국에서 미지의 독자들이 내 책들을 구입해 주신 것이다. 

누군지 모르니까 미지의 독자라고는 했지만 사실 내 책들은 100% 영화 관련 내용이라 독자들은 아마도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들이나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에 한 할 것이다. 

학생들에게 제작한 영화를 배급하는 과정을 설명할 때, 나는 관객에게 선을 보일 영화를 '우유'에 비유하곤 한다. 

우유처럼 막 생산한 신선한 영화가 관객의 평가에 유리하고, 역시 우유처럼 시간이 지나서 싱싱함이 사라지면 다른 영화와의 경쟁에서 밀리게 되고, 급기야 유통기한이 지나게 되면 그 영화는 시장에서 철수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것은 책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내가 처음 출간한 책이 서점에 깔리기 시작한 것은 2003년인데 그 후로 열 권의 책을 더 내기는 했지만 출판해서 시장에 깔린 시간이 흐를수록 판매량은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 심지어 나의 첫 책은 절판되었는데 이런 경우는 아예 시장에서 사라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이 다루는 주제나 책의 장르에 따라서 책의 유통기한은 달라진다. 우리가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동서고금의 명저들은 유통기한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수천 년 전에 출간된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책들은 여전히 서점의 중심 매대를 꿰차고 있으며 해가 바뀌면 새로운 장정과 편집본으로 리뉴얼하여 새로운 독자를 만난다. 아쉽게도 나의 책들은 모두 전공도서들이라 수명이 매우 짧은 편에 속한다. 

올해에 받아본 9권의 인세 수입 내역은 정말로 초라했다. 

11권 중 한 권은 선인세를 받았고 두 권은 공동저술한 교과서여서 이것도 당시 페이지 당 원고료를 받았기 때문에 인세 정산을 하지 않는다. 


연예인이 되거나 구독자가 어마어마한 유튜버가 책을 내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런 책들은 아마도 출판사에서 기획을 해서 빨리 만들어서 시장에서 수익을 얻고 인지도를 올리자는 의도인 것일 것이다. 이미 저자가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는 상태라 일정 수준 이상의 판매고를 보장하는 책일 것이다. 


다음의 '브런치'나 네이버 '블로그' 등의 인터넷 공간에서 글쓰기를 하시는 분들 중에도 출판을 기대하시는 분들이 있다. 글을 꾸준히 공개적으로 쓰다 보면 실력이 늘고, 이미 작가 반열에 오를 정도로 내공이 상당하신 분들도 꽤 자주 보게 된다. 그리고 아직 자신의 글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여행기나 수필 등의 글을 쓰시면서 언젠가는 책을 내서 소소한 수입원으로 예상하시는 분들을 보게 된다.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책을 써서 수익을 내는 일은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어서 수익을 내겠다는 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단 '출간'이라는 강력한 허들을 넘어야 한다. 

어렵지 않은 출판사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 출판사에 '출간'을 강행할 정도의 강력한 셀링포인트가 있는 글을 보내서 편집회의 통과가 되어야 한다. 기존 작가나 베스트셀러 작가는 이 허들을 가볍게 통과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신인 작가의 경우에는 이 첫 번째 관문에서 고배를 마시기가 일쑤이다. 

인세 정산 이메일

글 써서 돈 벌기란 가능하긴 한데 무척 어렵고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라는 것이다. 

나는 12쇄를 찍은 책을 한 권 포함해서 9권의 인세를 매년 상, 하반기에 받고 있는데 그 토털 액수가 이젠 연 백만 원을 넘지 않는다. 

물론 초반에는 한 번에도 수백만 원을 받던 때도 있었다. 한 때이다. 

그렇게 정점을 찍고 나면 곧 백만 원이 무너지고 나중에는 별 감흥 없는 액수가 잊을만하면 한 번씩 통장에 찍히는데 1박 2일 국내 여행 비용이나 가족들과 저녁 한 끼 먹을 정도의 금액이다. 

이 액수를 '수입'으로 여길 수는 없다. 

그냥 감사한 용돈!


일면식도 없지만 서울대 교수 김난도 님이 쓴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은 130만 부 정도가 팔렸다고 한다. 게다가 해외에도 번역 출간되었다고 한다. 이쯤 되어야 '인세 수익'이라 부를 수 있다. 

아마도 더 많이 받으셨겠지만 평균 인세율 10%를 적용하여 계산해 보면 한 권에 만원이라고 할 때 천 원 X130 만=13억 원이다. 

이분은 이 책 말고도 밀리언셀러가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루어 짐작건대 평생 받은 서울대학교 봉급액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출판 인세로 벌어들이고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참고로 내 책의 판매 부수는 열한 권을 다 합쳐도 아마 만권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출간 작가를 꿈꾸시는 분들의 기를 꺾으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더욱 용맹전진하셔야 가능한 일이라는 게 포인트이다. 어쩌다 히트라는 것은 거의 없는 곳이 출판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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