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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Feb 18. 2023

인세가 들어왔다

11쇄 작가가 받은 작년 하반기 인세들

월급쟁이인 나에게 수입이 발생하는 건 한 달에 한번 있는 일이다.

가끔씩 외부 심사를 나가거나 입시수당, 원고료, 시험 출제 위원 수당, 연구비 등이 입금되는 경우도 있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돈이 입금되었을 때 은행 앱에 알림 기능을 켜두어도 별로 방해가 되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밖에 울리지 않는 알람인데 뭘, 그것도 얼마나 반갑고 공허한 알람인가.

이번 달도 월급은 입금되었구나. - 얼마나 많은 직장인들이 '설마 이번 달에 월급이 안 나오는 건 아니겠지?' 하는 조바심을 안고 살아가는지 아는가?

하지만 곧이어 '역시 하루 만에 다 빠져나가버리겠지' 하는 허탈한 계산이 이어진다.

카드값, 생활비, 대출 원리금, 아이 학원비...


그런데 월급날이 아닌데 띵동, 띵동, 띵동 계속해서 알림이 운다!

해마다 두 번씩 몰아치는 이 반가운 알림의 원인은 출판사 인세이다.

사실 이런 알림을 받기 몇 주 전 이미 출판사에서 보내준 메일에서 이번 분기의 내 책 판매량과 그에 따른 인세 정산 내용을 받아 본 바 있어서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짐작을 할 수 있다.


나는 그동안 열 권이 넘는 책을 냈는데 그중 대부분은 컴북스에서 냈다.

컴북스에서 내지 않은 네다섯 권의 책은 교과서와 선인세를 받은 책이라 인세 정산을 따로 하지 않는다.

컴북스는 비교적 투명하고 깔끔하게 인세 정리를 해서 저자가 인세에 관해 궁금하거나 불만을 가질 일은 없게 하는 출판사이다.


내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책을 낸 것은 "도서출판 예니"라는 연극영화 전문 출판사의 <언터쳐블; 로버트 드니로 전기>인데 이 책을 낸 이후로 내가 두 번째 준비한 <이것만 알면 찍는다> 원고를 사장님께 보여드리니 별로 관심을 나타내지 않으셨다.

원고를 보여줬는데 책을 내자고 하지 않는 것은 거절의 의미이다.

예니에서 처음 낸 내 책이 별로 안 팔리고 있었으므로 재차 책을 내자고 조르기도 미안한 상황이었다.

그때 마침 내가 활동하고 있는 학회에서 영화교과서를 출간하고 있었는데 공동저자로 활동하던 나는 학회에서 정한 출판사 담당자와 편집회의를 할 일이 있었다. 회의를 마치고 내가 써 둔 원고가 있는데 한번 봐주시겠냐고 의사를 물었더니 흔쾌히 원고를 보내달라고 했다.

원고를 보냈더니 책을 내자고 했고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어 금방 세상에 책이 나왔다.

의사결정과 책 출간까지 걸리는 시간이 빛의 속도였다.


그렇게 출간한 <이것만 알면 찍는다>는 전국의 학교와 교육기관에서 교재로 사용되고 있는데

컴북스에서 출간한 여섯 권의 내 책중에 첫 책이고 2년 전에 무려 11쇄를 찍었다.

조만간 12쇄를 찍지 않을까 싶다.

책 내용은 영화와 동영상 촬영에 관한 책으로 주로 중고등학교와 대학에서 교재로 사용된다.


여기서 11쇄를 찍었다는 얘기는 출판사에서 찍은 책을 다 팔아서 책이 떨어지자 또 찍고, 또 찍고를 무려 열한 번 반복했다는 뜻이다.

1쇄에 몇 부를 찍느냐는 출판사 마음대로인 것 같은데 컴북스는 내 책이 이렇게 꾸준히 많이 팔릴 것을 기대하지 못했는지 매번 천부 이하를 찔끔 찍어내고, 또 금방 다 팔리니까 또 찔끔 찍어내고를 반복한 것 같다.

11쇄는 분명 맞는데 전체 출간 부수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쉬운 건 이 책이 내가 쓴 저서가 아니라 원저자가 있는 미국책을 번역 출간한 번역서라는 것이다. 저자 인세가 저서일 경우는 책값의 10%인데 번역인 경우는 4%여서 책이 많이 팔려도 나에게 돌아오는 수입은 그리 많은 액수는 아니다. 그래도 이 책 한 권에서 그동안 나에게 돌아온 인세 수익은 상당했다. 이 책은 학교에서 출판지원금도 받은 책이어서 이제까지 출간한 그 어떤 책 보다 나에게 후한 인심을 베풀었다.

도서 정가의 4%만을 받은 내가 받은 액수가 이 정도이니 출판사는 내 덕에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을까를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출간한 나머지 책들은 아직 1 쇄도 다 팔지 못한 상태여서 내 책의 전체 출간부수와 팔린 책을 계산해 보면 출판사가 큰 이익을 보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작년에 내가 집필 출간한 <디지털콘텐츠창작>이라는 책은 아직 판매 실적이 저조해서 출판사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


출판사가 내가 제안한 출간 제안을 받아들이고 출간할 기회를 준 것은 참으로 큰 은혜이다. 저자인 나는 논문을 쓸 때와는 다른 마음으로 책을 쓴다. 논문이야 내 연구 주제에 대한 나의 논증과 결론을 내 방식대로 집필하여 학술지의 심사를 거쳐 게재하면 되는 일이지만 도서 출판은 출판사가 나에게 거는 기대와 흥행을 바라는 마음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출간하는 책들은 대부분 내 전공 분야인 영화 관련 책들이긴 하지만 일반인들도 볼 수 있도록 쉽게 쓰려고 노력한다.

영화의 탄생이래 지금처럼 많은 대중이 영화를 감상하고 토론하며 비평하는 수준이 높은 적이 없이 없어서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경계가 불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집필 준비 중인 나의 책들이 또다시 출판 기회를 얻어 세상에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해서 좋은 책을 만드는 일은 기쁘고 가치 있는 일이며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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