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도 노동자다, 왜 교수는 노동절에 쉬지 못하는가!
얼마 전 교수회의에서 교수가 학기 중이든 방학중이든 외부 강의를 하게 되면 학교에 반드시 보고를 해달라는 당부가 있었다. 그러면서 나눠준 자료에서 '공무원은 전공 지식과 관련한 외부 강의를 할 경우에 받을 수 있는 강의료 상한선이 있고 사전에 반드시 학교에 보고하도록 돼있다'는 법령을 첨부했다. 나는 내가 공무원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법에서 '사립대학 교원'도 교육공무원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었다. 내가 소속된 대학이 사립대학이긴 하지만 매년 교육부에서 지원금을 받고 있으니 교육공무원이라고 하는데 무리가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구나, 나 공무원이었구나.
교수는 봉급쟁이다. 우리 학교는 매월 25일 봉급을 입금해 준다. 감사하게도 지난 21년 동안 단 한 번도 봉급이 늦게 지급되거나 계산이 잘못되어 입금된 적이 없었다. 명세서를 보고 너무 적게 들어왔다거나 이해가 안 가는 항목이 있다면 그건 순전히 나의 무지이거나 그달의 공제내역을 잘 알아보지 않은 탓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회계팀은 정말 단 한 번의 착오나 실수가 없이 정확하다. 이제는 아무리 터무니없는 액수가 입금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입출금이 있다고 해도 나는 그러려니 한다. 정말 우리 직원 선생님들은 완벽하다.
15년 가까이 대학 교수 월급은 동결이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15년 동안 교수 월급이 동결된 이유는 15년 동안 대학 등록금을 동결시켰거나 인하했기 때문이다. 사립대 재정은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데 그동안 여론이 무서워서, 표가 떨어질까 봐 여야 정치인들이 담합을 하다시피 하여 등록금을 동결시키니 국내 대학들은 벼랑 끝까지 몰려있는 상황이다. 거기다가 신입생에게서 받던 입학금은 사라지고 반대로 학생들의 장학금은 예전보다 훨씬 늘어났으니 대학은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기사회생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 인구감소에 따른 입학자원 급감에 전공통폐합과 입학정원 조정이 매년 시행되고 있으니 정말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노릇이다.
15년간 오른 물가가 얼마나 큰데 그동안 월급이 오르지 않았다면 교수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건 교수 각자가 택하는 방식이 다를 텐데 내 주변의 교수들이 취한 경우들을 한번 살펴보겠다. 우선 교수들의 수입은 학교에서 주는 봉급이 있고 이것은 학교에서 정한 시수를 채웠을 때 나오는 금액으로 조교수 부교수까지는 1억 언저리나 그 이상이고 교수가 되면 1억이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어정쩡하게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교수의 봉급 액수는 학교나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국공립대는 좀 적은 편이고 지방으로 갈수록 대체로 액수가 감소한다. 서울이나 수도권 대학이 상대적으로 월급이 높은 편이지만 예외는 늘 있다. 연봉제를 시행하는 학교에서는 좋은 등급의 교수는 그렇지 않은 교수보다 더 받는다.
언젠가 지방대 교수 관련한 뉴스에서 월급 액수가 거론된 적이 있었는데 너무 적어서 깜짝 놀랐다. 지방의 못된 재단에서 운영하는 대학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액수로 교수를 고용하고 있고 전문대도 대부분 4년제 대학보다 연봉이 낮다. 기본 시수보다 수업을 더 하게 되면 강의 시간당 정해진 추가강의 수당을 받는다. 보통 정해진 시수를 하거나 학교의 요청이 있으면 한두 과목 더 하기도 하는데 간혹 수업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하는 교수들도 있다. 나로선 이해할 수가 없다.
교수 중에 월급을 많이 받는 교수는 아마도 의대 교수일 것이다. 이들은 임상실적에 따라 월급 외에 수당을 두둑이 챙기는데 학교에 안 있고 개인병원을 해도 돈을 많이 버는 직종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대 교수지만 의사가 아닌 교수는 이공대 교수 봉급과 비슷한 수준인 듯하다.
의대 교수 다음으로 봉급이 높은 교수들은 아마도 이공계열일 것 같다.
이 분야는 월급이 많다기보다는 교수들이 연구소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구소에서 각종 국책 사업이나 민간과 함께 진행하는 산학 프로젝트 등을 수주하여 월급 외에 연구비를 받는다. 어떤 사업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연구책임자를 맡은 교수는 월급보다 훨씬 많은 연구비를 받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가끔씩 뉴스에 나오는 교수의 연구비 횡령 소식은 대부분 이런 사업에서 지출 항목을 실수한 경우도 있고 아니면 정말로 악의적으로 조교나 연구원에게 지급해야 할 돈을 교수가 챙기는 경우도 있다.
한 놈도 빼놓지 말고 다 잡아가고 빼돌린 돈 모두 토해내고 파면시키고 개망신 당하게 해야 한다.
교수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등공신으로 정말 지긋지긋하게 비슷한 레퍼토리로 뉴스에 오르내린다.
연구원으로 참여한 박사과정 학생들과 석사들, 조교들을 사적으로 부려먹거나 심지어 성폭력까지 하는 놈들은 정말 삼족을 멸한다 해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정치판에 기웃거리거나 자기 자식만 좋은 대학에 보내겠다고 각종 편법을 쓰는 교수놈들도 마찬가지이다.
열받아서 잠시 말이 곁가지로 나갔다.
반면에 연구를 열심히 하는 교수들은 정말 밤낮없이, 학기 중이나 방학중 가리지 않고 연구에 파묻혀 산다.
친척 중에 의대 교수가 있다. 이 형은 올해 정년퇴임을 하는데 그동안 안식년을 한 번도 가지 않았다. 방학 때도 아침 일찍 학교에 간다. 교수지만 삼성전자 임직원처럼 일한다. 이런 사람들이 월급을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은 당연하다.
연구소를 운영하거나 국책 프로젝트나 산학협력 프로젝트가 없는 인문계열 교수들이나 예술계열 교수들은 소소한 활동으로 과외돈을 번다. 주로 국가나 지자체 사업 평가위원이나 전공과 관련된 심사가 있고 하루 반나절쯤 참여하면 30만 원 안팎의 수당을 받는다. 아예 발 벗고 나서서 이런 평가나 심사에 적극적인 교수들도 있다. 평가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두거나 학교를 통해 내려온 심사위원, 평가위원 공문에 답을 해서 참여하는 것이다. 한 달에 네댓 건을 한다고 했을 때 연봉이 천만 원쯤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예술계열, 인문계열 교수도 한국연구재단의 연구활동에 뽑히면 연구비를 받으면서 공부를 할 수 있다. 보통 건당 연구비를 2천만 원쯤 주는데 여기서 교수의 연구수당으로 5백만 원쯤이 할당된다.
각종 출제위원으로 활동해도 수당을 받는다. 출제 의뢰 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에 보통 30만 원가량이 책정된다. 나는 그동안 세 건의 한국연구재단 연구와 한건의 문화관광부 사업을 했고 다섯 차례쯤 출제위원을 했다. 이밖에 소소한 원고료와 출간한 책에서 나오는 인세가 있고 논문을 쓰거나 전공 활동 결과물을 제출하면 교내 연구비를 받는다.
15년이나 월급이 동결되었는데도 교수들이 잠자코 있는 것은 교수라는 직업이 기본적으로 공부하는 학자라는 생각과 교수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강의를 하는 강사 선생들의 처우를 알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감사하지만 15년 동결은 부당하다. 정치인의 포퓰리즘에 특정 직업군이 희생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공무원이라면서 왜 공무원은 봉급 인상 해주고 교수는 동결하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