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ve the World Behind> 사이버테러 배후가 한국이라고
볼만한 영화가 없나 넷플릭스를 뒤적이다가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Leave the World Behind>를 봤다.
콧구멍이 기괴할 정도로 커서 영화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입은 내 것보다 두 배도 더 클 것 같은 줄리아 로버츠가 여자 주인공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나머지 배우들이 훌륭했다.
영화는 시종 흡인력이 좋았다.
밥벌이의 비루함에 치를 떨던 줄리아 로버츠 가족은 그녀의 예고 없던 가족 여행 제안으로 후다닥 대도시 뉴욕을 떠나게 되었는데 싼 가격에 며칠 묵게 된 쾌적하고 럭셔리한 에어비앤비 저택에 머무는 기간 동안 미국을 향한 무차별 사이버테러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는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며 미국인 특유의 호들갑스러움과 지나친 비약 그리고 경박함이 사이버테러의 공포를 만나게 되면서 가족과 사랑 등 다소 빤한 미국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생존을 향해 치닫는다.
그런데 영화 말미에 이 모든 것을 예감한 듯 준비하고 있었던 케빈 베이컨이 말한다.
이 사이버테러 배후에는 '코리안'이 있는 것이라고.
미국과 대도시 뉴욕을 마비시킨 것은 늘 악역을 맡아오던 이슬람 무장세력이 아니라 틈만 나면 한미동맹 어쩌고 하던 바로 그 나라 대한민국을 지목한 것이다.
나는 이 점이 무척 흥미로왔다.
한국사람들이야 대체로 미국에 호감을 갖고 있다.
한국전쟁에서 우리를 도와주었고 이후로도 한국이 자립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데에는 개인적인 정치성향과 관계없이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오죽하면 젊은 시절 '양키 고 홈'을 외치며 미국문화원을 습격하던 무리들이 자기 자식은 천연덕스럽게 미국 대학에 유학을 보내는 정도이니 말이다.
반면에 우리 중 상당수는 미국이 갖고 있는 이중성과 위선적인 모습도 알고 있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경찰국가를 자처하며 자선이랍시고 베풀고 있는 이런저런 활동들이 사실은 미국의 이권 챙기기 혹은 침 발라놓기의 일환이었고 그 결과로 한국같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나라는 늘 미국의 과도하고 부당한 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였다.
이렇게 미국에 당하는 나라는 한국뿐만 아니라 강대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과 유럽국가들도 마찬가지여서 늘 웃으며 악수를 하는 미국의 가면 뒤에 숨겨진 음흉한 속셈에 치를 떨곤 한다.
그렇다면 한국을 바라보는 다른 나라들의 시선은 어떨까?
우리나라를 다혈질 캐릭터의 아일랜드나 감성적인 이탈리아와 비교하는 것을 본 적이 있지만 한국은 그 정도쯤의 캐릭터로 정리하기에는 매우 구별되는 차별점을 여럿 가진 특별한 나라이다.
국민 모두가 성실하고 부지런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근면함은 긍정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겠지만 남이야 어찌 되든 내가 반드시 1위를 하고야 만다는 결사적인 경쟁의식은 출산율 최저와 자살률 최고라는 지수가 씁쓸함을 넘어 행복지수 제로로 달리는 이 나라의 실정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아시아 최빈국에서 일본을 위협하는 경제 수준으로 치고 올라오는 한국을 곱게 보는 나라는 이제 별로 없다.
거기다가 공식적으로는 휴전 cease fire중인 나라로 툭하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쏘아대는 북한과 언제라도 교전이 벌어질 수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국민이 아무런 걱정이나 대책 없이 걸그룹에 환호하고 최첨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로 벌어들인 돈으로 명품 매장이 오픈하자마자 달려가는 나라. 내가 속해있고 살고 있는 나라이지만 정말 정말 특별하고 기괴한 캐릭터이다.
조선시대에는 중국에 기대어 살다가 식민지 시대에는 일본에 종속되었고 해방뒤에는 미국에 찰싹 달라붙어 살아가는 이 나라는 그 옛날부터 자력으로 큰 일을 해 본 경우가 드물다. 늘 외세를 끼고 나라를 통일하거나 강대국의 조종을 받는다. 대통령은 당선뒤 미국과 중국에 결재를 받으러 가는 모양새이고 북한과 대치중인 미국이 벌이는 군사작전에는 발언권조차 없는 듯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미국 대선에서 느자구없는 트럼프가 또다시 당선될 텐데 그놈 일당이 한국에 청구할 여러 비용들이 벌써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지금 미국과 한국이 안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점은 제대로 된 대통령감을 비롯한 정의로운 리더가 없다는 것이다. 말 안 듣고 마음에 안 드는 세력은 싹을 잘라버리며 견고하게 자기들끼리의 성을 쌓아가고 있거나 이민으로 일어선 나라에서 먼저 이민 온 사람들만을 챙기고 더 잘 사는 미국을 만들겠다며 무역 장벽과 국경 장벽을 쌓는 리더들은 국민의 짐을 덜어주기는커녕 아픔과 좌절만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