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풍이 완치된 사례가 있기나 할까?
전공분야와 하는 일이 동영상 콘텐츠 제작 분야의 일이라 업무상 유튜브를 자주 많이 본다. 유익하거나 재미를 주는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는 전문 유튜버들은 자신의 채널 관심사를 정해서 잡아 둔 고객(구독자)과 잡아올 고객(지나가다 보고 가는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갖가지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소재를 잘도 만들어 낸다. 이제는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자와 보는 자들 모두 초보 단계를 넘어서 익숙한 고객과 공급자가 되었다. 무모한 도전보다는 안전한 콘텐츠를 만들고 섣부른 호기심에 처음 보는 콘텐츠에 무턱대고 클릭을 해보기 보다는 구독자 수와 검증된 재미를 주는 중심 소재를 선택한다.
그렇게 살아남은 콘텐츠들 중 하나는 '먹방'과 '술방'이다.
돈이 많고 능력 있는 먹방러는 한 끼에 20만 원 하는 신라호텔 뷔페를 먹어보면서 다른 5성급 호텔 뷔페와 비교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정반대 입장인 중년의 무직 이혼남은 고시원에 처박혀서 포장해 온 닭발에 소주를 까 마시며 인생 별거 있냐면서 행복해한다.
결국 만드는 자와 보는 자가 의견일치를 본 콘텐츠는 먹고 마시는 건데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싫증도 내지 않고 누군가가 취하고 혀가 꼬부라진 채 망가지는 모습을 틀어놓고 같이 마시거나 혹은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술은 그렇게 무섭다.
내가 마시지 못하거나 마실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남이 마시는 모습을 보면서라도 취하고 싶다.
혹은 나 홀로 마시기가 외롭거나 심심할 때 이런 콘텐츠는 좋은 술상대가 되어 주는 것이다.
술 콘텐츠는 변주도 다양해서 유명연예인이 꽐라가 되면서 그들끼리의 술자리 뒷얘기를 엿듣는 기분도 들게 하고, 아마도 이번 생에서는 먹어보지 못할 '독도새우'같은 안주가 어떻게 생겼는지, 프랑스에서 유학한 연예인은 무슨 안주와 와인을 마시는지 엿보는 기회도 준다.
그럼 술 끊고 통풍 약도 끊었다던 나는 어떤가.
나는 10년 끊었던 사람도 한방에 무너진다는 경험자들의 얘기에 아직 긴장의 끈을 놓고 있지는 않지만 스스로 판단할 때 상당히 성공적인 금주자의 삶을 즐기고 있다. 술을 끊고 나서도 해를 넘기도록 통풍 발작이 일어나서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지만 요산 수치를 떨어뜨리는 약을 먹지 않은지는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전 일이 되었고 그래도 발작이 일어난다면 대비를 해야 하니 갖고 있었던 통풍 진통제를 폐기한 지도 한참이 지났다.
그동안 몇 번 있었던 혈액 검사에서 요산 수치는 정상 범위를 유지하고 있었고 예전과 같이 별다른 식이요법은 하지 않고 먹고 싶은 대로 마음껏 등 푸른 생선과 오징어, 조개류도 즐겁게 먹고 있다.
원래부터 곱창이나 간 등 내장요리는 좋아하지 않으니 먹지 않고 육고기와 닭고기도 매주 먹는다.
약이나 식이요법 없이 완벽하게 통풍을 완치했다고 말할 수 있다.
통풍이 늘 증세가 있는 병이 아니라 이따금씩 발작을 일으키는 병이긴 하지만 한창 술을 즐길 때 그 발작의 간격은 점점 좁아져서 통풍 증상이 절정일 때는 두어 달에 한 번씩 발작이 오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술을 마시지 않으니 발작의 간격이 벌어지더니 금주를 한 지 2년 정도가 지나서는 완전히 발작이 사라졌다.
이제는 정말로 나에게서 통풍이 떠난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술을 마시지 않은 것이 가장 주효한 통풍 극복 요인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겠지만 단순히 술만 마시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매주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한 것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고 믿는다.
금주와 함께 시작한 나의 마라톤 훈련은 일주일에 3회쯤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주 5회 이상 달리고 있으니 이제 달리기는 내 일상이 되었다. 날씨가 더워도, 추워도 주당 40km쯤을 달리다가 이번 여름부터는 주당 50km 이상씩 달리고 7월에는 월간 달리기 마일리지가 250km를 넘겼다.
술을 끊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는 술만큼이나 나에게 즐거움을 주고 반복해서 해도 좋은 '뭔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달리기'를 택한 것은 정말 나와 잘 맞는 취미가 되었다.
금주나 통풍과 굳이 연결시키지 않아도 '달리기'자체가 주는 기쁨과 만족이 컸고 열심히 달리기를 하고 나니 보너스로 주어진 것은 엄청나게 좋아진 각종 건강 지표들이었다.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 체지방, 간 수치 등이 좋아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런 수치들 말고 내 정신이 맑아지고 인생을 바라보는 자세도 건강하고 올바르게 되었다. 직장일이나 대인관계에서 여유로움을 갖게 되었고 혹시 짜증 나는 일이 있더라도 땀을 흠뻑 빼는 달리기를 하고 나면 상대에게 양보하는 마음이 생기거나 부질없이 뭔가에 집착하려는 마음도 버리게 된다.
통풍은 완치된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가능하고, 술보다 즐거울 수 있는 운동과 술을 맞바꾸면 훨씬 효과가 좋다.
싱싱한 해산물에 차게 식힌 화이트 와인 한 모금이 얼마나 맛있는 줄은 나도 충분히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 해산물에 탄산수를 곁들여도 그리 나쁘지 않고, 덤으로 밤에 푹 잘 수 있으며 다음날 아침 상쾌한 정신으로 깨어날 수 있다.
세상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내놓아야 한다.
술이 주는 잠깐동안의 쾌락과 편안함을 받고 아끼는 사람에게 말실수를 하고 중요한 일정을 놓치고 지긋지긋하게 아픈 통증이나 성인병을 받을 것인지, 이제 그토록 좋아하고 즐겼던 알코올을 내려놓고 맑은 정신과 건강한 심신을 얻을 것인지는 당신이 선택할 일이다.